오페라 즉흥 앙코르, 본고장 이탈리아서도 허용…"흐름 깬다" 반응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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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무시하나" 게오르기우 '공연 파행' 여진 지속…"환불 요청도"

안젤라 게오르기우의 손키스

안젤라 게오르기우의 손키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 안젤라 게오르기우가 '토스카' 공연 도중 무대에 난입해 지휘자에 항의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데 따른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관객을 무시한 행동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부 관객은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공연을 주최한 세종문화회관은 게오르기우 측에 관객에게 사과할 것을 요청했지만, 게오르기우는 아직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9일 공연계와 각종 클래식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문제의 소동은 전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토스카' 공연 중 3막에서 테너 김재형이 '별은 빛나건만'을 부른 뒤 즉흥적으로 앙코르를 할 때 벌어졌다.

주인공 토스카 역을 맡은 게오르기우는 무대 한쪽에 난입해 지휘자 지중배와 김재형 쪽을 바라보면서 시간이 없다는 듯 자기 손목을 가리키고 어깨를 으쓱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앙코르곡이 끝난 뒤 지휘자에게 다가가 음악을 멈추게 하고 "이건 리사이틀이 아니라 오페라다. 나를 존중해달라"고 말했다. 공연을 마친 후 커튼콜이 시작되고 한참 만에 등장한 그는 객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오자 인사도 하지 않고 퇴장했다.

공연이 끝난 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토스카'를 관람한 관객들의 비판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가까운 좌석에서 공연을 봤다는 한 관객은 "공연이 끝나고 나서 무대 뒤에서 항의하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무대에서 연주를 멈추고 자신을 존중하라고 말하는 건 대체 어느 나라 어느 공연장 문화냐"라며 "내 돈 내고 이렇게 기분 상해서 돌아오는 경험은 오랜만"이라고 올렸다.

또 다른 관객은 "잊히지 않을 정도로 무례한 태도였다. 얼마나 한국 관객이 우스웠으면 그런 짓을 하느냐"고 썼다.

한 관객은 "서울시오페라단에 전화해 환불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연은 VIP석 20만원, R석 15만원, S석 12만원 등에 판매됐다.

오페라 '토스카' 공연 중인 안젤라 게오르기우

오페라 '토스카' 공연 중인 안젤라 게오르기우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계 관계자들은 오페라 공연 중 앙코르곡을 선보이는 것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완전히 드문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 공연 관계자는 "관객의 분위기에 따라 즉흥 앙코르를 하기도 한다. 앙코르가 적절한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긴 해도 종종 있어 왔던 일"이라면서 "그러나 게오르기우는 다음 사람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앙코르를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를 비롯한 서구권에서는 대체로 공연 중 앙코르를 허용하는 분위기다.

2016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공연된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부녀를 연기한 레오 누치와 질다 네이딘 시에라는 관객의 성원에 힘입어 이중창인 '그래 복수다'를 다시 한번 불렀다.

리세트 오로페사는 2020년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 공연 중 '지난날이여 안녕'을, 손드라 라드바노프스키도 같은 곳에서 토스카의 유명 아리아인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앙코르 했다.

국내에서 열린 오페라 공연에서도 즉흥 앙코르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테너 이용훈은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한 '투란도트' 공연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두 차례 불렀다. 김재형은 2016년 열린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도 '별은 빛나건만'의 앙코르를 선보였다.

그러나 게오르기우는 오페라 즉흥 앙코르에 보수적인 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앞서 201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에서도 상대 배우가 앙코르곡을 부르자 이에 항의하며 무대에 한참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또 다른 공연계 관계자는 "비슷한 전적이 있는 배우지만, 음악을 중단시키고 상대 배우 차례에 무대에 난입하는 건 우리나라 공연 전체를 봐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베테랑인 게오르기우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본다"고 말했다.

'토스카' 공연하는 게오르기우(왼쪽)와 김재형

'토스카' 공연하는 게오르기우(왼쪽)와 김재형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일부 관객은 오페라가 여러 명의 배우가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 장르인 만큼 즉흥적인 앙코르는 지양해야 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예정에 없던 앙코르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게오르기우가 몰입을 방해받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오르기우가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은 맞지만 커튼콜에서 야유를 퍼붓고 "고 홈"(집으로 돌아가라)이라고 외친 일부 관객의 대응 역시 잘못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세종문화회관은 게오르기우 측에 관객에게 사과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게오르기우는 이에 대해 아직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바로 어젯밤 공연이었고 게오르기우 역시 안정을 찾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차근차근) 대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관객의 환불 요청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1992년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와 1993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연이어 오페라 '라 보엠'의 미미 역을 맡아 화려하게 데뷔한 게오르기우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재능 있는 '오페라 슈퍼스타'로 불리는 성악가다.

2001년에는 브누아 자코 감독의 오페라 영화 '토스카'에 출연해 토스카 역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고, 데뷔 30주년을 맞은 2022년에는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토스카를 선보였다.

ramb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9 1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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