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앞으로 국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제조사는 배터리 주요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6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전기차 제조사들이 공개하는 배터리 정보는 용량과 정격전압, 최고 출력 정도다. 정부는 여기에 셀 제조사, 형태, 주요 원료 등도 공개 의무 항목으로 추가했다. 정부가 지난달 13일 모든 제조사에 배터리 정보 자율 공개를 권고한 바 있는데, 이번 조치는 배터리 제조사와 제작 기술을 포함한 정보의 공개를 아예 의무화한 것이다. 정부는 또 배터리 안전성을 사전에 인증하는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를 당초 내년 2월에서 내달로 앞당기기로 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지난달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나온 조치다.
정부의 대책은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가 읽힌다. 관련 대책 중에는 모든 신축 건물의 지하 주차장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발생 때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자동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소방 설비다. 초기 진압의 성공 여부와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을 좌우할 수 있다. 정부는 전기차 전용 소화 장비 확충을 통해 화재 대응 능력을 높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세간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철저한 이행과 사후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전기차 충전시설 위치 변경 방안에 대해선 추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장기 검토 과제로 넘긴 것이다. 그간 인천 화재 사고 이후 충전기를 지상에만 설치하도록 하고 지하 충전기는 지상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일부 관공서와 병원, 아파트 등에서는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막거나 충전기 공급을 차단하는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전기차 이용자들의 반발 등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과충전 방지를 위한 몇몇 대책에도 '과충전이 전기차 화재의 주원인이 아니다'는 비판이 일부 제기돼 왔다. 전기차 화재의 원인이 과학적으로 아직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대책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안전관리 대책은 실효성이 관건이 될 것이다.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법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배터리 자체의 성능과 안전성 확보 문제다. 배터리 자체가 화재에 취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관련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화재 가능성이 적은 배터리 개발 등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는데,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신기술 연구개발에 좀 더 속도를 내야 할 때다. 전기차 내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관련한 정보의 공개 문제도 추후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소비자 안전과 직결되는 화재 관리대책을 지속 강구하는 데 빈틈이 없어야 한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6 16:5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