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재탕에 참신성 부족, 험구까지…비전 제시 못한 여야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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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와 대화하는 박찬대

추경호와 대화하는 박찬대

지난 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22대 첫 정기국회의 원내 교섭단체 연설이 5∼6일 진행됐다. 여야가 민생을 위한 협치를 강조하고 나선 상황인 만큼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제안을 기대했지만, 특별히 진전된 내용은 부족했다. 민생 해법이라고 내놨지만 재탕, 삼탕 수준이었고, 존중과 경청 대신 상호 비방과 고성이 연설 내내 이어졌다. 여야의 구태의연한 모습에 국민의 한숨만 더 깊어졌다.

여야는 국정 난맥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며 험구를 쏟아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범죄 피의자'로 칭하며 "수사 검사를 탄핵하겠다는 건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입법 농단"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전국민 1인당 민생지원금'에 대해선 "남미의 많은 국가가 이런 식의 포퓰리즘 정치로 재정 파탄을 불러 국가 경제를 망가뜨렸다. 우리도 그 길을 따라가야 하겠느냐"고 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여당은 야당이 의회 독재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진짜 독재는 대통령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계속 민심을 거역한다면 불행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며 탄핵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또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왜곡이 노골적으로 진행되는데도 일본과 동맹을 착착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러다 독도마저 일본에 내주고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주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추 원내대표는 "망상에 가까운 황당무계한 주장"이라며 반일 선동정치를 멈추라고 날을 세웠다.

여야가 내놓은 민생 대책도 뜯어보면 눈에 띌 만한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 추 원내대표는 연금·의료·노동·재정 등 4대 개혁 과제를 완수하겠다면서 의대 증원과 노동시간 유연선택제, '허리띠 졸라매기'를 거론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저성장은 내수경기 부진 탓이라면서 민생회복지원금과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주 4일제 도입을 거론했다. 대부분 이전에 내놓은 대책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 22대 국회 개원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라기에는 참신성이 떨어지고 내용도 빈약했다. 여야 모두 국가 미래에 대한 뚜렷한 새로운 비전이나 청사진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협치를 기대할 만한 주문이 나왔다는 점이다. 여야는 각각 민생법안 처리와 의정갈등 해소를 전제로 하긴 했지만,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해 현안을 풀자는 데는 뜻을 같이했다. 지금은 이런저런 조건을 달며 한가롭게 싸울 때가 아니다. 의료대란 우려의 경우 응급실 공백이 심화하면서 촌각을 다투는 현안이 됐다. 정부의 임시방편이나 중장기 지원책으로 풀기 어려워진 상황인 만큼 여야가 조속히 만나 실효적 중재안을 내놔야 한다. 국민의 걱정은 태산인데 정치권은 여전히 정쟁으로 날을 지새운다. 싸울 땐 싸워도 최소한 해야 할 일은 해달라는 국민의 호소를 외면해선 안 된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5 17:0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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