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의료계는 협의체 참여하고, 정부도 불신 가중 말아야

2 months ago 1

응급실 공백 계속

응급실 공백 계속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응급실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2024.9.8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여야 정치권이 9일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가 동참하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추경호·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정치권과 정부가 마련한 논의 테이블에 의료계가 합류하도록 우선 함께 설득하기로 한 것이다. 시급한 현안에 여야가 모처럼 공동보조를 취하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추 원내대표는 "의료계 참여가 제일 중요한 만큼 정부 여당이 대화를 더 활발하게 하겠다"고 했고, 박 원내대표도 "의료계가 테이블로 나오도록 더 집중하겠다"고 했다. 100% 만족할 순 없더라도 의료계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의 틀에 참여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2025·2026년 증원을 취소하고 2027년 정원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의료 공백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전공의 복귀인데 이들의 첫 번째 요구가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입 일정상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날 원서접수가 시작된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전국 39개 의대는 전체 모집인원의 67.6%인 3천118명을 선발한다. 지금 상황에서 모집인원을 손대는 것은 의대 수험생은 물론 입시 전반에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온다. 의협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증원 취소는 수험생과 학부모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수긍하기 어렵다. 설사 그런 입장이라도 일단 협의체에 대승적으로 참여해 요구사항을 관철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실은 2025년 증원 문제는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2026년과 그 이후 증원 문제는 의료계가 안을 제시하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2026학년도 정원도 지난 4월 대학별 정원이 배정돼 공표했다"며 "현재 고2학생들과 학부모가 이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어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다시 논의한다면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여전히 '과학적 근거를 갖춘 합리적 의견을 내놓는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였는데 증원 규모를 놓고 좀 더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협의체 안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는 잇단 땜질 미봉책과 불필요한 언행이 국민과 의료계 불신을 가중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실 근무를 거부한 파견 군의관에 대해 명령 위반에 따른 징계 조치를 추진했다가 철회해 논란과 비판을 자초했다.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 "환자 본인이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라는 갈등을 부추기거나 오해를 살 만한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도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락가락하는 대책이나 섣부른 언급이 부를 역풍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7개월 가까이 지속되는 현 사태를 끝낼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과 의정은 협의 기회를 살려가길 바란다. 아집과 자존심보다 국민 생명이 먼저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9 17:37 송고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