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한이 13일 우라늄 농축 시설 모습을 전격 공개했다. 이 시설은 핵탄두 제조에 쓰이는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하는 곳이다. 2010년 11월 미국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일행을 영변으로 초청해 원심분리기 2천개 등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여준 적은 있지만, 보도 매체를 통해 직접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철저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극비 시설을, 그것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 시찰하는 형식으로 현시점에 보여준 것은 고도로 계산된 행보임이 분명하다.
김정은은 이 시설을 둘러보면서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거부하고 핵무기 개발에 집중하며 한반도는 물론 세계 평화를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북한의 행태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날 공개된 시설은 영변이 아닌 그동안 미국 정보당국이 오래전부터 비밀 핵시설로 지목해 온 평양 인근 강선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 매체의 사진을 보면 농축 시설 안에 HEU를 생산하는 원심분리기가 빈틈없이 꽉 찬 모습이다. 헤커 박사가 2010년 영변을 찾았을 때 확인한 원심분리기 규모는 2천개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북한 내 비밀시설에서 가동중인 원심분리기 규모가 1만개에서 수만개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HEU 생산 능력이 연간 130∼240kg에 달해 매년 8∼16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에 앞서 최근 북한 매체는 김정은의 국방공업기업소 현지 시찰을 전하는 형식으로 12축 24륜인 신형이동식 발사대(TEL)를 공개한 바 있다. 핵무기 제조 능력에 이어 투발 수단으로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북한의 노림수는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핵무기 생산 능력이 고도화됐음을 보여주며 향후 대미 협상 과정에서 몸값을 키우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우선 제기된다.
북한이 미국 대선 목전에서 중대 군사도발 행위를 하는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 결행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7차 핵실험이나 신형 ICBM 발사처럼 극적 효과를 노리는 도발 시나리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중대 도발'을 감행한다면 북한이 감내할 수 없는 리스크를 짊어질 것임을 한미 양국은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 대선의 향방과 상관없이 한미 양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확장억제 태세를 다져야 한다. 북한의 도발에는 대미 메시지만 담겨있는 게 아니다. 북한은 12일 오전 평양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여러 발을 쏴 동해상으로 360여 km 날려 보냈다. 발사 방향을 남쪽으로 돌린다면 서울과 대전 등 대도시와 주요 군사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다. 북한이 작년 공개한 전술핵탄두 '화산-31'을 한국 전역을 겨냥한 여러 신형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양국의 빛 샐 틈 없는 공조 태세와 확고한 공동 대응 의지만이 실효적인 대북 억지력을 갖는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3 16: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