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민주당 '계엄 준비 의혹' 제기, 구체적 근거·정황 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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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재명 대표 '발언을 마치고'

한동훈-이재명 대표 '발언을 마치고'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1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 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9.1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현 정부의 계엄 준비 또는 기획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회담 모두발언에서 "최근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을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걸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 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생중계로 국민에게 그대로 전달된 발언인데, 근거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있지도 않고, 하지도 않을 계엄령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회 구조를 보면 계엄령을 선포하더라도 바로 해제될 게 뻔하고 엄청난 역풍일 텐데 왜 하겠는가. 상식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은 계엄 선포 시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하고,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하면 수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계엄령을 선포해도 압도적 의석을 가진 민주당 등 야당이 즉각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도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근거를 제시하라.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 문란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생 협치를 모색해야 할 자리에서 근거 없는 계엄령 선동 발언을 불쑥 던진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대단히 무례한 언행일 뿐 아니라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는 가짜뉴스"라고 비난했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10월부터 야당 의원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나오기 시작하니 '계엄령을 앞두고 야당 의원들을 잡아가는 것'이라고 거짓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정권의 정치적 우울증이 염려된다. 정권이든 개인이든 우울증의 극단은 자기 파괴"라며 "오죽하면 국민이 계엄령을 걱정하겠나"고 했다. 그는 최근 국방장관 교체를 두고 야당 지도부 중 처음으로 '계엄 준비 의혹'을 공개 언급했다. 박선원 의원은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계엄 준비를 위해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으로 채워놓았느냐. 최근 수방사령관과 특전사령관, 방첩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렀는데 계엄 얘기는 안 했나"라고 물었다.

계엄은 전시, 사변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서 질서유지가 필요할 때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치안·사법권을 유지하는 조치다. 국민 생활은 물론 대외 국가 이미지 등에 미치는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전혀 그런 기미와 준동이 없다면 반박할 필요도 없다", "관련 제보를 계속 듣고 있어서 그런 우려를 전달한 것"이라고 '아니면 말고'로 넘길 일이 아니다. '시대착오적이고 무책임한 음모론'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려면 국민이 수긍하고 납득할 만한 구체적 근거나 정황을 내놓아야 한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2 15:5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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