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사상 최초의 민간인 우주 유영 도전이 성공으로 마무리됐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12일(현지시간) '폴라리스 던'(Polaris Dawn) 임무를 이끄는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작먼과 스페이스X 소속 엔지니어 세라 길리스가 우주유영 시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상업 우주비행사가 상업용 우주선으로 우주 유영을 완료한 최초의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생중계된 우주유영 장면을 보면 아이작먼은 우주캡슐의 문을 열고 우주로 몸을 내밀었다. 그는 해치에 부착된 난간 형태의 구조물을 한손으로 잡은 채 730㎞ 고도에서 시속 2만5천∼2만6천㎞로 움직이는 우주선 위에 홀로 섰다. 칠흑같이 어두운 우주와 밝게 빛나는 푸른 지구가 동시에 펼쳐지는 장관이 연출됐다. 인류 역사상 또 한번의 역사적인 순간이다.
우주는 진공상태에다 파편들이 무수히 떠다니는 매우 위험한 공간이다. 발사된 우주캡슐은 지난 11일까지 지구를 6바퀴 돌면서 고도 1천400㎞까지 올라갔다. 이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비행궤도 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1972년 아폴로 달 탐사 임무 이후 반세기 만에 인류가 비행한 가장 높은 지점이다. 비행사들은 높은 우주 궤도를 돌면서 ISS에서 수개월 받는 것과 맞먹는 양의 방사선에 노출됐다고 한다.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서, 이를 무릅쓰는 과감한 도전이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인류의 우주유영 역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그간엔 모두 정부기관 소속 우주비행사들이 우주 저궤도(최대 고도 433㎞)인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수행한 것이었다. 민간인들이 이번처럼 높은 고도에서 유영에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민간인 첫 우주유영에 성공한 이번 프로젝트는 아이작먼이 이끄는 민간 우주비행 사업이다. 스페이스X는 우주 공간에서 36가지 연구와 실험을 수행한 뒤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민간 주도 우주산업이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 첫 우주유영은 국내 항공우주 산업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5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세계 7번째 국가가 됐지만 우주항공 기술력은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5월 개청한 우주항공청은 각 분야 전문가와 우주항공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워킹그룹을 구성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보다 원활한 민관 협력을 이끌기 위한 것이다. 핵심 기술개발, 인재 양성 등 필수 여건을 조기에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정부는 2040년대까지 5대 우주강국 진입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속도감 있게 전진해야 한다. 우주기술은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다. 세계 각국의 우주개발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도 우주경제의 미래상을 염두에 두면서 첨단 우주시대로의 도약을 앞당기려는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3 14:5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