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로 둔화한 양상을 보였다. 3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54(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0% 올랐다. 이는 2021년 3월 1.9%를 기록한 뒤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4월(2.9%) 3% 밑으로 떨어진 뒤 둔화세를 보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2.6%)에 상승 폭이 커졌다가 8월에 다시 2%대 최하단으로 하락한 것이다. 품목별로는 석유류 물가가 0.1% 오르면서 전달(8.4%)보다 상승 폭이 크게 줄었고 농산물은 3.6% 올라 전달(9.0%)에 비해 상승 폭이 둔화했다. 정부는 "유가와 농산물 상승 폭이 많이 축소되면서 전체 물가 상승 폭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고금리가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자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는 건 다행스럽다.
그러나 밥상 물가와 관련 있는 신선식품 부문 등에선 불안한 대목이 남아 있다. 7월 21.3%를 기록했던 신선과실 상승률은 지난달 9.6%로 둔화됐지만 배(120.3%), 사과(17.0%) 등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신선채소 물가도 전년에 비해 하락했지만, 전달과 비교하면 16.5% 오르며 상승 폭이 전달(6.3%)보다도 확대됐다.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찾아도 과일 하나 선뜻 집어들기 쉽지 않다는 시민들의 하소연이 여전하다고 한다. 서비스 물가는 2.3% 오르면서 전달과 같은 수준이고 외식 물가는 2.8%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 폭을 상회했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3.3% 상승하면서 전달(1.0%)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정부는 이날 물가 상승률이 추가 충격이 없다면 당분간 현재와 비슷한 수준에서 안정된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하며 올해 목표치(2.6%)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정부의 예상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바람직하겠지만 마냥 안도하긴 일러 보인다. 정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양상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체감 물가와는 다소간 격차가 느껴지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언급한 추가 충격은 기상 이변과 국제유가 불안 가능성 등을 말한다. 이는 여전히 변동성이 큰 요인들이다.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내외 악재들을 면밀히 주시해야 할 때다.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오는 13일까지 성수품을 중심으로 35개 품목의 물가를 매일 조사하기로 했다. 배추·무 등 20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t 공급하고 수입 과일 할당관세 적용 기간도 바나나 등 10종에 대해 연말까지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농산물과 가공식품, 외식업 품목 등 세부적인 물가 동향을 신속히 파악하고 비상시 수급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물가 상승률 둔화 양상이 나타나면서 조만간 국내 금리의 조정 문제도 본격 대두할 가능성도 있다. 물가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다각도의 대처 방안을 선제적으로 강구하는데 빈틈이 없어야 한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3 16:3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