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따라 배출량 산정 때 새 지침 적용…'더 세세하게' 산정
'오존파괴' 막으려고 도입된 에어컨 냉매 물질이 배출량 늘려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지침이 바뀌어 과거 배출량을 재산정한 결과 기존보다 배출량이 늘었다.
온실가스 중 에어컨이나 냉장고 냉매로 사용하는 수소불화탄소(HFC) 배출량을 더 정확히 반영한 것이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10일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치를 공개하면서 올해부터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작성을 위한 2006 IPCC 가이드라인'(이하 2006 지침)을 적용해 배출량을 산출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그간 '1996 지침'을 적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했다.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에 따라 모든 파리협정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이 올해 제출할 국가인벤토리보고서(NIR)부터 2006 지침을 적용해야 하기에 기준을 바꿨다.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교토의정서 부속서Ⅰ 국가들은 이미 2015년부터 2006 지침에 맞춰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있다.
파리협정 이행 지침상 NIR과 관련해 방법론을 변경하면 과거 온실가스 배출량도 재산정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 배출량을 비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1996 지침에 견줘 2006 지침은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원에 대해 더 정교하고 세세하게 배출량을 산정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배출원 면에선 폐광에서 탈루되는 온실가스, 요소수나 해운에 천연가스를 사용하며 발생하는 온실가스 등을 새로 고려하도록 했다.
배출량을 산정하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2)·메탄(CH4)·아산화질소(N2O)·수소불화탄소(HFCs)·과불화화합물(PFCs)·육불화황(SF6) 6종에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제조할 때 세정용으로 많이 쓰이는 삼불화질소(NF3)를 추가했다.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온실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지구온난화지수(GWP)도 조정됐다.
메탄은 21에서 28로, 아산화질소는 310에서 265로, 수소불화탄소는 '140~1만2천700'에서 '116~1만2천400'으로, 과불화화합물은 '6천500~9천200'에서 '6천620~1만1천100'으로, 육불화황은 2만3천900에서 2만3천500으로 변경됐고 삼불화질소는 1만6천100으로 설정됐다.
메탄의 경우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를 21배 더 일으키는 물질에서 28배 더 일으키는 물질로 보기로 한 셈으로, 메탄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 끼치는 영향이 커진 것이다.
또 2006 지침에서는 석탄과 석유, 가스 산화율이 100%로 상향됐다.
1996 지침은 연료의 1~2% 정도는 불완전 연소하거나 재로 남는다고 봤는데 2006 지침은 100% 연소한다고 가정했다.
2006 지침을 적용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재산정한 결과 2021년 배출량은 6억7천660만t에서 7억2천140만t으로 약 6.6% 많아졌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배출량을 산정하는 수소불화탄소 종류가 늘고 실제 사용량을 반영한 점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의 주요인으로 지목했다.
기존에는 수소불화탄소 2종에 대해 수입량만 가지고 배출량을 산출했는데 2006 지침에 따라 29종의 실제 사용량을 조사해 반영하면서 배출량이 늘었다는 것이다.
수소불화탄소는 1989년 발효된 몬트리올의정서에 의해 사용이 금지된 오존 파괴 물질 '수소염화불화탄소'(HCFC)의 대체 물질로, 에어컨과 냉장고 등의 냉매, 소화제, 발포제 등으로 사용된다.
수소불화탄소는 온실효과가 강력하기에 몬트리올의정서 개정안인 키갈리개정서에 따라 올해부터 소비량 규제가 시작됐다.
정부는 수소불화탄소 중 온실효과가 큰 물질을 중심으로 사용을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재생냉매' 사용을 확대하는 등의 '수소불화탄소 감축 및 관리대책'을 11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2006 지침을 적용해 재산정한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7천300만t이다.
이 역시 기존 지침으로 이번에 산정한 수치(7억2천500만t)보다 많다.
현재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최고치인 2018년 배출량은 현행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의 기준이다. 다만 NDC에 반영된 2018년 배출량은 '7억2천760만t'이다.
2030 NDC는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으로 이에 따라 감축할 온실가스양은 2억9천100만t이다.
만약 2006 지침에 따른 2018년 배출량을 2030 NDC에 적용하면 줄일 온실가스양은 3억92만t으로 증가한다. 2030년 배출량을 현재 목표대로 4억3천660만t으로 맞춘다면 감소시킬 온실가스양은 3억3천640만t이 된다.
다만 2006 지침을 적용한 배출량은 내년까지 국제사회에 제출될 '2035 NDC'부터 적용된다. 2030 NDC에 변동이 없는 것이다.
기준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면서 2035 NDC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량은 현재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파리협정상 새 NDC는 이전 NDC보다 강화돼야 하기에 2035 NDC에 따른 감축량은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jylee24@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0 12: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