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후티, 바그다드에 사무소 열어"
친이란 정당, 이라크 정계서 영향력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과거 한때 이란의 앙숙이었던 이라크의 심장부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의 사무소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모처에는 간판이 없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정치국 사무소가 들어섰으며, 이곳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는 예멘 반군 후티의 사무소도 문을 열었다.
이라크 관리들은 지난 6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 두 무장 그룹 대표의 바그다드 영구 주재 토대가 될 사무소 개소를 승인했으며, 관련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떠돌고 있음에도 공식적으로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런 상황은 이란이 '대리인'으로 불리는 주변국 무장세력에게 군사적 기술을 공유하고,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에 대한 공동 대응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나와 관심을 끈다.
NYT는 바그다드에 문을 연 하마스와 후티의 새 사무실이 이란과 이스라엘·미국 간의 '그림자 전쟁'에서 이라크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라크는 2003년 사담 후세인 축출을 위한 미국의 침공 이후 20년이 넘도록 긴 국경을 맞댄 이란과, 자국에 약 2천여명의 병력을 남겨둔 미국 사이에서 불안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 와중에 이란은 이라크에서 적극적으로 동조 세력을 모으고 자금 지원을 늘리면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특히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최근 몇 년간 이라크 정부에 시아파 민병대를 합법화하도록 압박했다.
또 이라크 내 시아파 세력은 정계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해왔고, 2021년 선거에서는 총리를 선택할 수 있는 연정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이런 상황 때문에 이라크 지도부가 후티, 하마스 사무실 개소에 동의하게 됐는데, 일부 이라크 관리들은 이를 반기지 않았지만 이란의 손길이 미치는 정당의 영향력 때문에 이를 막지 못했다고 NYT는 전했다.
바그다드에 문을 연 하마스와 후티 사무소는 후세인 시대 이후 이라크의 정계에 얼마나 큰 변화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후세인은 수니파 무슬림이었지만 하마스가 뿌리를 둔 원리주의 단체인 무슬림 형제단 등 수니파 이슬람 운동을 억압했다. 이들이 집권 바트당에 잠재적 위협이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더욱이 후세인 집권 당시 시아파 무슬림 운동은 탄압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이라크 정치는 이란과 강한 유대감을 가진 시아파 정당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라크에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영향력에 맞서는 무장 네트워크인 '저항의 축'이 강화되었다.
더욱이 이라크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단체가 너무 많아져서 이스라엘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중동 정세가 더 불안정해질 수 있게 됐다고 NYT는 진단했다.
또 이라크 무장세력이 이란의 대리 세력과 더 자주 협력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시기를 조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생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 싱크탱크인 워싱턴 연구소의 집계에 따르면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은 6월에 8차례, 7월에 3차례 후티 반군과 함께 이스라엘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meolak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5 20:1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