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만에 주식거래 재개됐지만 66% 폭락…'공동부유' 시진핑 지침에 당국 조사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작년 2월 갑자기 사라진 중국 투자은행(IB) 차이나 르네상스(華興資本)의 바오판(54) 회장이 당국의 끝나지 않는 단속에 재산 1조원을 날려버렸다고 블룸버그가 1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작년 3월 이후 중단됐던 차이나 르네상스 주식 거래가 17개월 만인 전날 홍콩 증시에서 재개되면서 주가가 66% 폭락했다. 차이나 르네상스의 시가총액은 13억9천만홍콩달러(약 2천395억원)로 내려앉았다.
블룸버그는 "한때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금융인이었던 바오 회장 재산은 8억달러(약 1조749억원) 이상이었다"며 "그러나 공시와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의 계산에 따르면 어제 주식 거래 재개 결과 회사 지분 약 35%를 소유한 바오 회장의 지분 가치는 2021년 2월 정점을 찍었을 때보다 93% 급감한 5천500만달러(약 739억원)로 쪼그라들었다"고 설명했다.
바오 회장은 모건 스탠리, 크레디트 스위스 등에서 수년간 일하며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업무를 익힌 후 2005년 차이나 르네상스를 설립했다.
이후 텐센트, 알리바바, 디디추싱, 메이퇀 등 주요 업체 기업공개와 인수합병을 줄줄이 성공시키며 중국 투자업계 거물이 됐다.
특히 복잡한 거래를 성사시키고 떠오르는 스타트업을 찾아내는 재주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금융인 중 하나가 됐고 2018년 기업공개 당시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초석 투자자로 나서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이후 사모펀드 시장으로 진출한 그는 2020년 말 88억달러(약 11조8천184억원) 이상의 자산을 관리했다.
그러나 이 모든 '신화'는 그가 작년 2월 갑자기 자취를 감추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차이나 르네상스는 바오 회장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만 했는데, 이후 그가 중국 내 최고 사정기관인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에서 구금돼 조사받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차이나 르네상스는 바오 회장 실종 1년 만인 올해 2월에야 바오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와 가족 문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주식 거래는 재개됐지만 차이나 르네상스는 여전히 바오 회장 행방에 대해 아무런 단서를 제공하지 않았고, 그의 현재 법적 지위는 불분명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회장 실종과 함께 중국 경제둔화 속 거래 부진으로 차이나 르네상스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이 회사는 상반기 약 7천400만위안(약 140억원)의 손실을 봤다. 매출이 39% 급락한 3억2천900만위안(약 621억원)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4억7천190만위안(약 890억원) 손실을 기록해 2년 연속 적자다. 그사이 투자은행, 사모펀드, 자산관리팀을 포함해 홍콩 직원의 거의 3분의 1이 사직하거나 해고됐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이틀 걸러 한명씩 억만장자를 배출해내던 시절 바오 회장도 거의 그렇게 될 뻔했다"며 "그러나 중국 당국이 금융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단속을 벌이는 과정에서 구금되면서 그의 경력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부유'를 추진하면서 작년 한 해에만 100여명의 금융 간부와 관리들이 반부패 운동에 걸려들었고 은행가들은 임금이 삭감되고 관리들이 '쾌락적 생활방식'이라 여기는 것들을 억제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고 덧붙였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이 모든 금융 분야 스타들이 구금돼야 하는 이유에 대한 투명성 부족은 중국으로 자본이 회귀하는 데 진정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prett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0 15:5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