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 증명하는 사랑 =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한리나 옮김.
가족공동체를 꾸려가는 젊은 부부가 겪는 균열과 갈등, 헤어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망을 그린 소설이다.
이탈리아의 중견 작가 파올로 조르다노는 젊은 맞벌이 부부가 임신, 육아, 커리어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섬세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했다.
가사 도우미이자 보모 역할을 해줬던 이웃 아주머니의 등장으로 부부의 삶은 순탄해지는 것 같다가 갑작스레 아주머니가 암 선고를 받으면서 다시 균열을 맞는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죽음은 마침내 두 사람이 진정으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계기가 된다.
긴 방황 끝에 이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발견해줄 사람도, 증명해줄 사람도 필요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고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며 오직 나를 우선시하던 관계에서 벗어나는 단계로 나아간다.
파올로 조르다노는 입자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물리학자이자 소설가다. 자신이 공부한 물리학의 개념을 일상과 연결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근원적 고독과 결핍을 안은 현대인들의 순수한 사랑을 그려왔다.
'증명하는 사랑'은 국내에 소개되는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문학동네는 조르다노의 데뷔작 '소수의 고독'의 개정판도 이번에 함께 내놨다.
문학동네. 200쪽.
▲ 고쳐 쓰는 마음 = 이윤주 지음.
조용한 내향인의 자기 돌봄 이야기인 에세이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등으로 주목받은 이윤주 작가의 신작 산문이다.
국어 교사, 신문기자, 출판편집자로 일했던 작가는 마흔의 문턱에서 갑자기 겪게 된 우울증의 치료를 계기로 잠시 멈춰서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된 마음 관찰 기록들을 솔직하고 담담한 에세이로 풀어냈다.
"마음을 고치는 도중에만 보이는 풍경들이 있다. 그 풍경을 굳이 봐야 하나. 보는 게 의미가 있을까. 있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우니까. 어떤 아름다움은 고통을 지불했을 때만 찾아오니까."
간결하고도 다정한 문장과 재치 있는 표현들이 우울과 회복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만든다. 우울증을 겪었거나 지금 겪고 있는 독자라면 다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글의 힘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읻다. 236쪽.
yongla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1 08: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