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알려주는 좋은 땅이란…'도시 명당을 찾아내는 잡초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 추억, 그 화석이 된 흔적들 = 홍긍표 지음. 서울에서 35년간 중·고교 교사로 일하고 퇴직을 앞둔 저자가 시골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추억이나 교육 현장에서 느낀 애환 등을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쌀 소비를 줄이기 위해 혼식과 분식을 장려하던 국민학교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밀개떡을 싸 온 옆자리 여학생에게 쌀밥을 나눠준 것이 계기가 돼 느낀 애틋한 호감을 떠올린다.
또 TV는 없고 라디오는 귀하던 시절 친구들과 함께하던 말타기, 구슬치기, 사방치기, 딱지치기 등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시절의 놀이문화의 기억을 들려준다.
문제를 일으켜 휴학했다가 또래보다 늦게 학교로 돌아온 복학생, 성적이 나쁜 아이, 건강이 좋지 않은 학생 등 평범하지 않은 이들로 구성된 학급의 담임을 맡았던 고교 교사 시절의 이야기도 풀어놓는다.
대학 진학을 일찌감치 포기한 학생들이 매일 만화책을 가지고 등교하는 바람에 교실이 만화방이 되기도 했지만, 말썽꾸러기 제자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따뜻하기만 하다.
저자는 글재주가 없다고 스스로는 낮추지만 빡빡하고 메마른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고자 민망함을 감수하고 오래된 기억을 지면에 옮긴다.
"기억에서는 더듬거릴 수도 없을 만큼 사라져 가는 추억들, 보관했던 낡은 앨범마저도 이사 다니느라 어디에 뒀는지 모르는 세대가 조금이라도 공감하면 만족하겠다." 반달뜨는꽃섬. 330쪽.
▲ 도시 명당을 찾아내는 잡초 이야기 = 한동환 지음.
20여년간 풍수를 공부하고 수년간 잡초를 관찰한 저자가 환경에 민감한 식물을 일종의 지표로 삼아 도시의 명당을 찾으려고 시도한 경험을 소개한다.
저자는 9가지 체크리스트를 토대로 명당의 등급을 매겨보고서 1∼3급 명당에서만 발견되는 식물이 있다면 이 식물이 명당을 알려주는 지표식물이 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여러 차례의 현장 조사를 통해 저자가 주목한 지표식물은 '지칭개'이다. 지칭개의 생장 조건에서 땅의 특성을 유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책에 따르면 지칭개는 하루 여섯 시간은 햇볕을 받을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하며 온도는 겨울에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며 여름에는 40도 이상의 고온이 되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것으로 여겨진다.
책은 풍수지리에 관한 세간의 통념에 잘못된 것이 많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영화 '파묘'의 흥행을 계기로 주목받는 묫자리가 좋아야 후손이 잘된다는 주장을 경계한다. 부모의 뼈가 무덤 속에서 좋은 기를 받으면 자식이 복을 받는다는 이른바 동기감응론(同氣感應論)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규정한다.
지식공작소. 260쪽.
sewonle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1 07: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