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유럽 자동차업계…전기차 경쟁서 뒤처져 '쇠락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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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차에 연연하다가 중국 업체들에 시장 내줘

폭스바겐 볼프스부르크 공장

폭스바겐 볼프스부르크 공장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승승장구하던 폭스바겐의 경우 87년 역사상 최초로 본국인 독일에서 공장 폐쇄를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NV, 르노 SA 등 유럽 굴지의 자동차업체들이 위축되기 시작한 건 전기차 시장에서의 실패 때문이다.

유럽 지역은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애정이 특별하다. 미국과 달리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내연기관 공장을 계속 유지해왔다.

이 때문인지 유럽은 전기자 전환도 가장 느린 지역이다. 독일과 스웨덴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전기차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이거나 없애면서 전기차 인기는 많이 떨어졌다.

이 틈새로 비야디(BYD)와 폭스바겐의 중국 내 파트너인 상하이자동차 소유의 MG 등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유럽 업체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이런 상황은 주식시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르노를 모두 합친 것보다 세 배 이상 많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까지 합쳐도 테슬라가 두 배 이상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전기 자동차 경쟁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값싼 러시아 에너지 공급은 중단됐으며, 중국에서의 판매도 부진해지면서 유럽업체들이 이름을 떨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저스트 오토 집계에 따르면 유럽에서 자동차 판매는 아직 팬데믹 이전보다 5분의 1 가까이 적은 수준이다.

제조업체들은 수익성이 안 나오는 공장을 30개 이상 운영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볼프스부르크 공장도 이에 포함된다.

폭스바겐은 급기야 경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독일 내 공장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시간) 노사협의회에서 "자동차 산업이 몹시 어렵고 심각한 상황에 있다"며 이런 계획을 밝혔다.

전후 독일 경제 기적을 만든 핵심 기업으로 평가되는 폭스바겐은 수십 년 동안 확장 과정을 거쳐왔다. 체코의 스코다, 영국의 벤틀리, 이탈리아의 람보르기니를 인수하는 등 유럽 5개국에서 주요 브랜드를 속속 사들였다.

씨티그룹의 자동차 애널리스트 하랄드 헨드릭세는 블룸버그통신에 "폭스바겐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인식하고 있다"면서 "세계의 지정학적 상황이 어려운데, 유럽은 이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IR 캐피털의 피에르 올리비에 에시그 애널리스트도 "폭스바겐조차 독일에서 공장 폐쇄를 고려한다면, 그 과정이 얼마나 어려웠을지를 감안했을 때 바다가 매우 거칠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려되는 징후는 늘고 있다.

2021년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프랑스의 PSA 푸조 시트로엥의 합병으로 탄생한 크라이슬러 모기업 스텔란티스는 2024년 상반기 순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기차 피아트 500 등의 수요 감소가 주원인이다.

satw@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3 10:4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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