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 아너'서 김명민과 불꽃 튀는 열연…"죽을 것 같은 공포감 눌러가며 연기"
"저는 늘 목숨 걸고 연기하는 사람…시즌2 할 수만 있다면 출연료도 깎겠다"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잘생긴 얼굴이 아닙니다. 그래서 데뷔 이후부터 지금까지 늘 전 목숨 걸고 연기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 같은 인물로는 살아남기 힘듭니다."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출연하는 작품마다 힘을 싣는 34년 차 배우 손현주는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회의실에서 진행한 지니TV 드라마 '유어 아너'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자신을 낮췄다.
데뷔 후 5년이 넘도록 단역만 전전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그는 첫 답변에서부터 작품에 함께 출연한 조연 배우들의 이름을 하나씩 언급했다.
"처음 본 배우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 드라마는 백주희, 정애연의 재발견이었고, 김명민 딸 역할로 나온 박세현의 연기도 굉장히 신선했죠. 조·단역이라는 표현은 쓰기 싫은데, 짧은 분량으로 출연한 배우 중에도 단 한 사람도 버릴 사람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유어 아너'를 "김명민, 손현주가 나오는 드라마가 아니라 훈이(김도훈)와 준이(허남준)의 이야기"라고 설명하고, 단 몇 분 분량으로 출연한 이상택 역의 안병식 배우, 송판호에게 CCTV를 보여줬던 카센터 직원 역의 배우 등을 콕 집어 가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유어 아너'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려는 판사 송판호(손현주 분)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김강헌(김명민)의 대립을 그린 10부작 스릴러물이다.
손현주는 평생을 올곧게 법에 따라 살아왔으나 살인자가 된 아들을 지키기 위해 결국 신념을 저버리게 되는 주인공 송판호 역을 맡았다. 대본도 매력적이었지만, 10년 이상을 함께 한 매니저가 "선배님은 고생하는 역할이 잘 어울린다"고 한 조언을 듣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한다.
"매니저는 단순히 차 태워주고 장소 이동해주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제 동반자예요. 그 친구 말을 따라야죠.(웃음) 저는 편한 드라마를 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아무래도 고난과 고통이 따르는 역할이 잘 어울리는 얼굴 같은데, 그것이 제 운명이라면 끝까지 받아들여야죠."
'유어 아너'에서 김명민과 불꽃 튀는 열연을 펼친 손현주는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눌러가며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영화를 보다 보면 급박한 위기 상황인데도 왠지 죽지 않을 것 같은 주인공들이 있고, 저러다가 진짜 죽을 것 같은 주인공들이 있지 않으냐"며 "현장에서 송판호로서 개처럼 끌려다니고, 죽음의 위기를 직면하면서 엄청난 공포감과 무력감을 견뎌냈다"고 설명했다.
"상대 배우와 어떻게 연기할지 미리 연기 합을 맞추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맞추듯이 짜본 적이 별로 없어요. 어떻게 표현할지 미리 정하지 않고, 현장에서 저를 압도하는 감정에 대해서만 생각하며 몸을 맡기죠."
드라마에서 손현주는 미세한 얼굴 떨림과 순간의 몸짓 등으로 송판호의 두려움과 낭패감, 죄책감, 당혹감을 묘사해내며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특히 시종일관 붉게 충혈돼있는 눈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손현주는 "감정을 흩트릴까봐 눈을 잘 깜빡이지 않으려고 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설명했다.
"배우에게는 순간의 호흡들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호흡 하나로 상황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많죠."
손현주는 올해 6월 유명을 달리한 친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사진기자였던 친형이 떠올라 "여러분이 남들 같지 않다"며 말문을 연 손현주는 "(여러분이 계신) 그 자리에 형이 앉아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병도 없던 형이 갑자기 먼저 가버렸다"고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그는 "주변에서 유달랐다고 할 정도로 동생을 사랑해주던 형이 가버렸는데, 발인이 끝나자마자 다시 촬영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연기에도 녹아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고된 작품이었지만, 손현주는 '유어 아너'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출연료를 깎더라도 꼭 나오고 싶다고 했다. "출연료랑 일정이 문제가 아니거든요. 전 보여주고 싶은 걸 더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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