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재정운용계획보다 세수전망 밀리고 지출은 더 조여
(세종=연합뉴스) 송정은 박원희 기자 = 2년째 세수결손이 발생하면서 정부의 중기 재정운용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1년 전에 계획했던 흐름보다 세수 전망은 어두워지고, 채무 증가 속도는 가팔라지면서 정부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있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6년 국세수입을 400조4천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내놓은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담긴 2025년도 전망치인 401조3천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가 매년 예산안과 함께 공개하는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세수 전망이 1년 미뤄진 셈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56조원대의 '세수펑크'에 이어 올해도 30조원 안팎의 대규모 세수결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2027년 국세수입 전망치도 작년에 세운 중기 계획에서 444조9천억원으로 제시됐지만, 올해 세운 계획에선 421조4천억원으로 하향조정됐다.
재정운용의 기반이 되는 세수가 부족해지자 국가채무 규모도 종전 전망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2024∼2028년 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는 1천277조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48.3% 규모다. 2023∼2027년 재정운용계획에서 밝혔던 규모(1천273조3천억원)보다 3조7천억원 늘었다.
2026년 국가채무 예상치도 1천346조7천억원에서 1천353조9천억원으로 7조2천억원 확대됐고, 2027년 전망치 역시 14조9천억원(1천417조6천억원→1천432조5천억원) 늘었다.
다만 한국은행이 지난 6월 기준연도를 개편한 영향으로 명목 GDP가 늘어남에 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2026년 국가채무비율은 종전보다 3.4%p 낮은 49.1%로 제시됐다.
나라살림 적자 예상 규모도 늘었다.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77조7천억원으로 종전 계획(72조2천억원)보다 5조5천억원 커졌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한 값으로 실질적인 정부 살림을 보여준다.
늘어난 나랏빚은 정부의 재정운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3.2%로 짰다. 종전 계획의 4.2%보다 1%p 긴축한 것으로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경상 성장률(4.5%)보다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올해 지출 증가율(2.8%)보다는 소폭 높아졌지만 2년 연속 3% 안팎의 증가율로 묶은 것이다.
한국재정학회장을 지낸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매년 새로운 정보를 중기 계획에 반영해 나가는 것"이라면서도 "가급적 예측으로 올바른 방향을 그리고 그 방향으로 부합하게 매년 가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세수결손에 빠르게 대응하거나 세입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2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정부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바탕으로 대규모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경우 대외 공표를 확대하고 신속하게 재정운용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성공적으로 지출 구조조정을 했음에도 재전 건정성을 확보하지는 못했다"며 "경상성장률만큼 세수가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는 감세정책 영향"이라고 말했다.
sj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1 06:3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