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세계 최대 화랑인 거고지언(가고시안) 갤러리가 한국에서 첫 전시를 연다.
거고지언 갤러리는 4일부터 서울 용산의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의 프로젝트 공간인 APMA 캐비닛에서 미국 작가 데릭 애덤스(54)의 개인전을 연다.
애덤스는 설치 미술과 조각, 비디오 아트 등 다양한 매체로 자신의 흑인 정체성을 반영한 작업을 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작업실 주변과 전 세계의 화장품 매장 윈도 디스플레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회화 작품들을 선보인다. 색색의 가발을 쓴 여러 얼굴의 마네킹 두상들이 놓여있는 쇼윈도를 벽돌 형태의 부조가 프레임처럼 둘러싼 그림들이다. 큐비즘(입체주의)과 아프리카 가면에서 영감을 얻어 개별 마네킹 두상을 다면적 형태와 기하학적 컬러 패턴으로 표현했다.
거고지언 갤러리가 한국에서 전시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고지언 갤러리는 한국에 정식 전시 공간이 없어 장소를 빌려 국제아트페어(미술품 장터)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여는 일종의 '팝업' 전시지만 거고지언 갤러리가 여는 첫 전시라는 점에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닉 시무노비치 거고지언 갤러리 아시아 매니징 디렉터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첫 전시 작가로 데릭 애덤스를 고른 데 대해 "거고지언 갤러리가 리처드 세라나 사이 톰블리 같은 유명 작가가 속한 대형 갤러리로 인식되고 있지만 한국에서 여는 첫 전시인 만큼 신선하면서 예상치 못할 전시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거고지언 갤러리는 거리에서 포스터를 팔던 래리 거고지언(79)이 198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문을 연 갤러리에서 출발해 지금은 뉴욕과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스위스의 제네바와 바젤, 이탈리아 로마, 그리스 아테네, 홍콩까지 전 세계에 19개 전시 공간을 둔 대형 갤러리로 성장했다.
거고지언 갤러리는 프리즈 서울에 첫해부터 세 차례 연속 참가하고 있다. 시무노비치 디렉터는 "프리즈 서울에 한국 관람객이나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컬렉터들, 그리고 세계 미술관 관계자들도 많이 오고 있다"면서 "현재 상태에 만족하고 있고 앞으로도 프리즈 서울에 계속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고지언 갤러리는 아시아의 또 다른 대형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에도 참여하고 있다. 시무노비치 디렉터는 "현재로서는 아트바젤 홍콩이 프리즈 서울보다 규모도 더 크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아트페어"라면서도 "아트바젤 홍콩과 프리즈 서울이 제로섬 게임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두 아트페어 브랜드가 함께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거고지언 갤러리는 한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지만 당장 한국에 전시 공간을 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전시는 10월12일까지.
zitron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2 14:1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