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사례 없어…인력 부족에 일부 진료과는 수용 불가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홍준석 기자 =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서울의 주요 병원 응급실은 우려했던 '의료 대란' 없이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빅5' 병원인 종로구 서울대병원과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 앞은 응급 환자를 이송하는 119구급차와 자가용을 탄 환자들이 이따금 도착했지만, 크게 붐비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명절 연휴 의료 대란 우려에 애초에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 자체가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응급실 내원 환자가 경증 환자 중심으로 감소했다"며 현장 의료진 헌신과 국민의 높은 시민의식 덕분에 연휴 기간 응급의료체계가 중증 환자 중심으로 작동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오후 1시 40분께 서울대병원 응급실에는 피가 철철 나는 입을 휴지로 틀어막은 13살 여자 어린이와 아버지가 급히 들어왔다.
교통사고가 났다는 부녀는 딸의 이가 부러져 응급실에 왔고, "소아 전문 응급실로 가라"는 병원 측 안내로 옆 건물 어린이병원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딸은 병원에서 응급진료를 받았고, 사고로 욱신거림을 호소한 아버지는 중증에 해당하지 않아 발걸음을 돌렸다.
오후 2시 15분께 한 30대 남성은 평소 신장 질환을 앓던 아버지가 갑자기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동네 병원 응급실에서 응급 치료를 받고 후속 진료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촌세브란스병원도 평소와 같은 차분한 모습 속에 간간이 응급 환자들이 병원을 찾았다.
경련 증세를 보이는 아기를 데리고 아내와 응급실을 찾은 이원탁(41)씨는 동네 응급실 네다섯곳에 전화했지만, 소아 병상이 없거나 휴진해 세브란스 병원에 왔다고 했다.
다만 이씨는 "중증이 아니다"라는 병원 측 판단에 따라 응급 진료를 받지 못하고 다시 자리를 떴다.
하지만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 '퇴짜' 맞고 나와 깊은 한숨을 내쉬는 보호자보다는 진료받을 수 있게 돼 주차장으로 차를 옮기는 보호자가 많이 보였다.
평소 심장질환을 앓던 모친이 갑자기 숨쉬기 불편하다고 호소해 응급진료센터로 모시고 왔다는 임모(49)씨는 "평소 어머니가 다니던 병원이라 오게 됐다. 응급실 상황 때문에 다른 병원을 찾아보거나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낮 12시 37분께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고령 여성을 들것에 실어 응급실에 옮기고 나온 한 소방대원은 "적절한 조처를 한 뒤 환자를 응급실로 옮겼다"며 "빈 응급실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 소방대원이 환자를 이송하는 데는 37분이 걸렸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0분 기준 서울 내 '빅5' 병원 응급실 병상은 대체로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
가용병상이 적어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병원은 없었다.
다만 인력 부족에 따른 '진료 제한'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세브란스병원은 성인·소아 외상 환자, 소아신경외과 환자, 안과 응급수술 환자 등은 수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사지 접합술도 주야간 모두 불가하다.
서초구 강남성모병원은 단순 열상, 소화기내과 간농양 관련환자 등,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은 정형외과 응급수술 및 입원, 성형외과 단순 봉합 진료 등이 제한됐다.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은 소아 기관지 내시경, 뇌출혈 수술,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의 경우 부분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이날 서울시 공공의료과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서울 내 응급환자의 '병원 뺑뺑이'는 집계되지 않았다.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서울 내 전체 의료기관 1만여곳 중 3천132곳이 운영 중이다.
binzz@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8 16:2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