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보다는 한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며 대중화"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행정가이자 정치가였던 송하진(72) 전 전북도지사가 정계를 떠난 뒤 서예가로 돌아가 초대전을 연다.
11일 한국미술관과 현대미술관은 '거침없이 쓴다, 푸른 돌·취석 송하진 초대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한국미술관에서는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전북 전주 현대미술관은 다음 달 1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열린다.
행정고시(24회) 출신인 송 전 지사는 2022년 6월 전북도지사를 끝으로 40여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 뒤 서예가의 인생을 시작했다. 아호는 푸른 돌이란 의미의 '취석(翠石)'이다.
송 전 지사가 갑자기 붓을 든 건 아니다. 유소년기와 청년기 등 성장하는 내내 서예와 한문을 들으며 자랐고, 그의 부친 강암 송성용 선생은 한국서예를 대표하는 서예가 중 한명이다.
송 전 지사는 이번 초대전에서 과거의 법칙이나 형식·틀 등에 얽매이지 않고 거침없이 쓴 서예 105점을 보여준다.
한글의 어순에 맞게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쓰는, 한문이 아닌 한글이 주인이 되는 서예, 한국적 느낌과 분위기가 우러나오는 한국성을 추구하는 서예를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다.
특히 언뜻 보면 '물'이라는 한 글자를 그림 같기도, 글씨 같기도 한 모습으로 잡아낸 작품 '물'과 '출렁출렁', '넘실넘실', '꿈틀꿈틀' 등 의성어와 의태어를 활용해 마치 글자가 살아 숨 쉬는 듯 쓴 작품이 대표적이다.
장준석 미술평론가는 "구수한 큰 맛 같으면서도 다양한 형태의 서체를 구사한 취석의 서예는 개성이 있으면서도 특별한 형상미와 조형성을 맛볼 수 있게 한다"며 "담담하게 써 내려간 독창적이고도 유연한 서체는 우리의 정서가 담겨 더욱더 한국적이며 생동적이다"고 평가했다.
송 전 지사는 1979년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이듬해 행정고시에 합격, 전북도청에서 공무원을 시작했다.
이후 행정자치부 지방분권지원단장 등을 거쳐 전주시장(2006∼2014년)과 전북도지사(2014∼2022년)를 각각 연임하는 등 지역과 국가 발전에 노력했다.
2022년 6월 말 공직에서 은퇴한 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을 맡으며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송하진 전 지사는 "일반인들에게 한문 위주의 서예는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면서 "서예의 대중화를 위해 한문보다는 한글로 쓰고, 현대의 글쓰기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세로보다는 가로로 쓰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war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1 11:2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