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팀 "대규모 산사태 후 발생한 쓰나미 진동 9일간 지진파로 관측"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지난해 9월 전 세계에서 9일 동안 관측된 기원을 알 수 없는 지진 신호는 그린란드 동부에서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 쓰나미의 진동이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그린란드 지질조사국(GEUS) 크리스티안 스벤네비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지난해 9월 포착된 매우 긴 주기(VLP)의 지진 신호와 그린란드 주변에서 당시 관측된 산사태-쓰나미를 재구성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는 물의 진동이 지각으로 전달되고 그 진동이 며칠 동안 전 세계로 전파될 수 있다는 게 처음 확인된 것이라며 이는 대기 기후변화와 빙하 불안정화, 물의 이동, 지각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지난해 9월 16일부터 9일 동안 전 세계에서 매우 긴 주기(VLP)의 지진 신호가 관측되면서 시작됐다. 그린란드 동부에서 발생한 주파수 10.88밀리헤르츠(mHZ. 92초 주기)의 기원을 알 수 없는 이 지진 신호에는 '미확인 지진 물체'(USO)라는 별명을 붙었다.
지진 신호 관측 후 덴마크 당국에는 그린란드 북동쪽 나녹(Nanok)과 엘라섬(Ella Ø) 연구기지 근처 피요르드에서 대형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접수됐다.
이후 덴마크와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 15개국, 40개 기관, 과학자 68명이 참여하는 연구그룹이 구성돼 지진계와 초음파 데이터, 현장 측정, 지상·위성 이미지, 쓰나미 파도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지진의 정체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직접 관측되지는 않았지만 산 아래 빙하가 녹으면서 1천200m 높이의 산봉우리가 딕슨 피요르드(Dick Fjord)로 무너져 내리며 물기둥이 200m까지 치솟고 최대 110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10㎞의 피요르드를 가로지르는 이 쓰나미가 몇 분만에 높이 7m로, 며칠 후에는 몇 센티미터로 줄었을 것이라며, 모델실험 결과 피요르드의 물은 빠져나가지 못한 채 9일 동안 계속 앞뒤로 움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산사태로 피요르드로 무너져 내린 암석과 얼음의 양은 올림픽 수영 경기장 1만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인 2천5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이어 그린란드 동부에서 이런 규모의 산사태와 쓰나미 발생이 관측된 것은 처음이라며 산사태가 일어난 것은 산기슭의 빙하가 얇아져 그 위의 암벽을 지탱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벤네비 박사는 "이 연구는 기후변화가 그린란드 동부에도 이미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이전에는 안정적이라고 여겨졌던 지역을 감시하고 대규모 산사태와 쓰나미 발생에 대한 조기경보를 제공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출처 : Science, Kristian Svennevig et al., 'A rockslide-generated tsunami in a Greenland fjord rang the Earth for 9 days', http://dx.doi.org/10.1126/science.adm9247
scitec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3 05: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