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미국 국적자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숨지는 사건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 측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런던을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6일 서안지구에서 미국 국적을 지닌 활동가 아이셰누르 에즈기 에이기(26)가 이스라엘군의 발포에 숨진 것을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군이 에이기를 사살한 데는 "아무런 이유가 없었고, 정당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누구도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총에 맞고 살해되어선 안 된다. 누구도 자유롭게 자신의 견해를 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위협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판단으로는 이스라엘 보안군은 교전수칙을 포함해 서안에서의 작전방식에 일부 근본적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면서 "이제 우리는 이스라엘 보안군의 손에 두번째 미국인이 숨지는 결과를 맞았고, 이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과 향후 진행할 고위급 회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에이기가 자국군의 총격에 사망했다고 인정했지만, 그가 숨진 건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사건은 수십명의 팔레스타인 용의자가 교차로에서 타이어에 불을 붙이고 군을 향해 돌을 던지는 등 격렬한 폭동 중에 발생했다"며 "총격은 에이기가 아니라 폭동의 핵심 선동자를 겨냥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스라엘군은 헌병대 범죄조사부(MPCID)가 에이기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최종 결론이 나면 군 검찰단(MAG)이 이를 넘겨받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범죄 수사는 이스라엘군의 조치를 "매우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에이기의 유족들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예비 조사 결과가 "전혀 충분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스라엘군의 총탄을 머리에 맞고 숨졌을 때 그녀는 올리브 수풀 안으로 몸을 피한 상태였다"면서 "이건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의도적이고 특정 대상을 노린 정밀공격이라고밖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국적도 가진 이중국적자인 에이기는 6일 서안 나블루스 인근 베이타 마을에서 이스라엘인 정착촌 확대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그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주민 분리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인 국제연대운동(ISM)에서 활동했다.
k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1 10:2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