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인식 변화·법과 지원체계 정비 요구…여성·인권 등 144개 단체 1천여명
(서울=연합뉴스) 이율립 기자 = 금요일인 6일 저녁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 도심에서 텔레그램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을 규탄하며 집회를 열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전국 144개 여성·인권·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후 7시께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어 "불안과 두려움이 아닌 일상을 쟁취하자"고 외쳤다.
김여진 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관계 영상 비동의 유포, 각종 단톡방 성희롱, 불법 촬영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가 있다면 바로 성평등"이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단절된 세계가 아니므로 우리는 이 세계의 성평등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는 구조적 성차별이라는 본질을 외면하며 책임을 방기한 것에 필사의 성찰을 해야 한다"며 "여성가족부 장관을 세우고 성평등 정책을 제대로 펼쳐야 한다. 음란한 것을 기준으로 하는 성폭력에 대한 관점을 전환해 형법과 피해 지원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는 인권단체 활동가를 비롯해 불법 합성물 피해자, 일반 시민도 참가해 발언에 나섰다.
2018년 발생한 이른바 한양대 '지인 능욕'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인 A씨는 대독을 통해 발언했다.
A씨는 "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달해 더욱 교묘해지는데 법은 과거에 머물러 있어 처벌하지 못하는 명백한 법적 공백"이라며 "대체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와 더 큰 피해가 있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범죄의 결괏값이 얼마나 대단한가가 아니라 강력한 처벌법을 통해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추가 범죄를 예방하고 그 심각성을 인지시켜 우리 사회를 자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인의 나체 사진 제작을 의뢰해 보관한 가해자는 범행 당시 기준으로는 처벌할 법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이 내려졌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천여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성평등 퇴행시킨 정부가 공범이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여성 혐오 딥페이크 우리가 뒤엎는다", "딥페이크 성폭력 조장하는 플랫폼 규제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텔레그램', '딥페이크', '국가방조' 등이 적힌 대형 휴대전화 모양 피켓에 경고 메시지를 붙이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보신각에서 출발해 광화문역과 청계광장을 거쳐 다시 보신각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하며 시민에게 주장을 알렸다.
2yulrip@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6 20:5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