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360여㎞ 비행 후 동해상 탄착…계룡·군산·청주 등 사정권
어젯밤 풍향 안 맞는데도 쓰레기 풍선 20여개 띄워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북한이 12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여러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전 7시 10분께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SRBM 수 발을 포착했다.
북한 미사일은 360여㎞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합참은 밝혔다.
평양에서 동쪽 360㎞ 거리에는 북한이 SRBM 표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함경북도 길주군 앞바다의 알섬이 있다.
발사대를 남쪽으로 겨냥할 경우 서울·대전 등 대도시뿐 아니라 계룡, 군산, 청주 등 군 주요 시설이 위치한 도시들까지 노릴 수 있는 사거리다.
이날 북한이 쏜 미사일은 3∼4발가량으로 알려졌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이 오전 7시 10분께부터 약 4분간에 걸쳐 미사일을 쐈고 미사일 최고 고도가 약 100㎞ 수준이었다고 관측했다.
군은 비행 거리 및 고도와 여러 발 동시다발적 발사 등을 고려해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KN-25)를 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최근의 한미 연합 쌍룡훈련에 대한 반발이나 러시아 수출을 위한 테스트 목적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번 발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달 11∼17일 일정으로 연합훈련을 진행하는 가운데 이뤄져 북한이 자체적으로 중러 훈련에 가세하는 모양새를 취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러 연합훈련 '오션'은 러시아 함정 400척 이상, 군용기 120대 이상, 인원 9만 명 이상과 중국 함정 4척, 항공기 15대가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는 중국이 훈련에 참여한다는 사실만 밝히고 다른 국가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북한의 참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중러 연합훈련 기간에 자체적인 대미 무력시위를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합참은 "군은 북한 미사일 발사 시 즉각 포착해 추적·감시했으며, 미국·일본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했고 세부 제원은 종합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 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 7월 1일 이후 73일 만이다.
북한은 그날 새로 개발한 고중량 탄두를 장착한 전술탄도미사일을 쐈다면서 7월 중 추가 시험발사를 예고했지만, 추가 발사를 감행하진 않았다.
이후 한미가 대규모 연합훈련을 진행했지만,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로 대응하지 않는 등 비교적 잠잠했다. 이를 두고 김정은 정권이 7월 말 발생한 수해 복구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지난 4∼8일 닷새 연속으로 쓰레기 풍선을 남쪽으로 띄워 보낸 데 이어 탄도미사일 발사까지 감행하면서 대남 복합 도발을 본격적으로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밤에도 북한은 풍선 20여 개를 띄웠는데 풍향이 맞지 않아 대부분 남쪽으로 넘어오지 않고 군사분계선(MDL) 북쪽에서만 떠다닌 것으로 관측됐다.
북한은 지난 5월 말 올해 처음으로 대남 풍선을 날리면서 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병행한 바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도발 수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합참은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 태세 하에 북한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j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2 11:0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