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금투세, 합의 불발에도 추가협의 여지…"상법 개정, ISA 비과세와 패키지로"
채상병특검, 李 '제삼자 추천·제보공작 포함' 제안에 韓 '독소조항' 제외 요구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안채원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마주한 회담에서는 실로 오랜만에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숙제에 여야가 함께 공감하고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는 데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여야 간 11년 만에 공식으로 열린 이날 대표 회담에서는 민생 분야 공통 공약을 함께 추진하기로 하는 한편, 반도체 산업 지원과 저출생 대책 등 시급한 민생 현안도 함께 해결하기로 해 주목된다.
전공의 공백 등으로 빚어진 의료 차질도 여야가 함께 국회 차원의 해결 대책을 함께 고민하기로 원칙적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애초부터 이견이 컸던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과 채상병 특검법 등은 예상대로 접점을 찾지 못했다.
◇ 반도체·AI·저출생…비쟁점 분야는 '적극·신속' 추진
민생 문제 해결을 기치로 머리를 맞댄 만큼 쟁점 없는 민생 문제에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의견 접근이 있었다.
양측 공동발표문의 첫 항은 '양당의 민생 공통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 기구 운영'이었다.
여야는 이미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발표된 공약 중 공통점이 있는 공약들이 있다는 점을 지속해서 언급해 왔다.
협의 기구에서 공통 공약이 구체화되면 이른바 '민생 패스트 트랙'을 탈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여야 대표는 반도체산업·AI(인공지능) 산업 및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그리고 가계·소상공인 부채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적극 강구하기로 했다.
아울러 저출생 대책의 하나로 육아휴직 확대를 위한 입법과제와 '딥페이크 불법합성물' 범죄의 처벌과 제재·예방을 위한 제도적 방안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8월 임시국회에서 전세사기특별법 등 비쟁점 민생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한 만큼 이들 문제를 해결할 입법 절차 역시 무난히 진행될 전망이다.
한 대표가 정당 정치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지구당제 도입도 적극 협의하기로 했다.
◇ 의대정원·금투세, 협의 가능성은 열어
확실한 합의를 하지는 못했으나 추후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의제들도 있다.
여야 대표는 정부의 의대 증원 문제에서 촉발된 의료 현장 혼란으로 국민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여야는 공동 발표문에서 "현재의 의료 사태와 관련해 추석 연휴 응급의료 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할 것을 정부에 당부하고,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하지는 못했지만, 여야가 그 필요성만은 공감하는 만큼 논의 여지는 열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의원 워크숍에서 한 대표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 중재안을 두고 "도울 게 있으면 돕겠다"고 한 바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문제 역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양당의 이견을 확인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도입 폐지'를 주장해 온 국민의힘과 도입 유예 여부 등을 놓고 내부 이견이 있었던 민주당 사이에 접점을 찾기 어려웠던 탓이다.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며 최소한 내년 시행 부분은 유예하자고 계속 논의하자고 했지만, 이 대표는 그에 대해 좀 더 논의하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다만, 금투세 완화 필요성은 양당 대표가 공히 염두에 두는 만큼 추후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회담에 배석한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상법 개정을 포함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조치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비과세 한도 확대, 금투세 대폭 완화 시행 등 세 가지는 패키지로 가야 한다"며 "한 대표도 '맞는 얘기'라고 했다"고 전했다.
◇ 채상병 특검법·'25만원 민생지원금'은 이견 뚜렷
회담 핵심 의제 중 하나였던 채상병 특검법은 양측 이견만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 대표는 한 대표가 제안한 제삼자 추천안 및 '제보공작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포함하는 안까지 수용하겠다고 했으나, 소위 '독소조항'을 뺀 특검법 발의를 주장한 한 대표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여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특검법 대안 발의 자체에 대한 비판 여론도 협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는 (법안 추진) 의지도 있고, 법안도 준비 중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한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 민주당의 압박이 이해는 가지만, 민주당 요구에 따라갈 수는 없다"며 "대법원장 (특검) 추천에 대해 계속 당내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문제도 평행선을 달렸다.
한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25만원 지원법'을 '일회성 현금 살포'로 규정하며 소득수준에 따른 맞춤형 선별복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대표는 "현금 지원이 아니라 특정 기간 내 쓰지 않으면 소멸하는 지역화폐, 소비쿠폰"이라며 "이건 복지 정책이 아니라 경제·재정 정책"이라고 맞섰다.
이 대표는 "적정한 선에서 대화로 타협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지만, 25만원 지원법은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국회로 넘어온 상태다. 재표결 시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kjpar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1 19:5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