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조종사가 이끄는 민간 우주비행 프로젝트
4명이 닷새간 우주비행…인류 최고도 1천400㎞ 비행 시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사상 첫 민간인 우주 유영을 위한 스페이스X의 우주선이 10일(현지시간) 발사됐다.
스페이스X는 이날 오전 5시 23분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폴라리스 던'(Polaris Dawn) 임무를 수행할 우주캡슐 '드래건'을 실은 우주발사체 '팰컨9'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엑스(X·옛 트위터)에 "폴라리스 던 발사!"라며 드래건이 이륙하는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실시간 소식을 전하고 있다.
카운트다운 시계가 '0'으로 바뀌자 팰컨9은 굉음을 울리며 솟아올랐다. 승무원들은 이글루 모양의 폭 약 4m 크기의 드래건 캡슐 안에 탑승했다. 팰컨9이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 시작하자 엄청난 속도로 떠올랐다.
약 2분 30초 후 팰컨9의 하단 1단계 로켓이 연료 소모 후 상단의 2단계 로켓과 분리됐고, 2단계 로켓은 우주캡슐 드래건을 우주로 밀어내며 '궤도 속도'인 약 시속 2만7천358㎞에 도달했다. 목표 속도에 다다르자 드래건은 팰컨9에서 떨어져나와 탑재된 자체 추진기를 이용해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드래건이 지구 궤도에 진입하자 지상 관제팀은 승무원들에게 "북극성을 바라보면서, 당신의 용기가 미래의 탐험가들에게 길을 밝혀준다는 것을 기억하라"며 "우리는 당신의 기술, 용기, 앞으로의 임무를 수행할 팀워크를 믿는다"고 말했다고 미 CNN 방송은 전했다.
폴라리스 던은 억만장자이자 항공기 조종사인 재러드 아이작먼(41)이 이끄는 민간 우주비행 프로젝트다. 아이작먼 외에 퇴역 공군 조종사 스콧 키드 포티와 스페이스X 소속 여성 엔지니어 2명 등 모두 4명이 닷새간 우주비행을 한다.
이들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비행 궤도보다 3배 이상 높은 1천400㎞까지 날아오를 계획이다. 성공하면 1972년 NASA의 마지막 아폴로 프로그램 이후 반세기 만에 인류가 도달한 가장 높은 지점으로 기록된다.
민간 우주비행사 4명 중 2명은 비행 3일 차에 스페이스X가 새로 개발한 우주선 외부 활동(EVA) 전용 우주복을 입고 700㎞ 고도에서 줄에 묶인 채 우주 공간에 나가 유영하는 실험을 한다. NASA 등 정부 기관에 소속된 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닌 민간인의 우주유영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또 우주 공간에서 36가지의 연구와 실험을 수행하고, 스타링크 위성을 통한 레이저 기반 통신도 시도할 예정이다.
발사는 지난달 말과 이날 이른 시각까지 몇차례 기상 악화로 연기된 끝에 이뤄졌다. 발사 당시의 날씨뿐만 아니라 일정을 마치고 귀환할 때의 날씨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발사 시점을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자금을 대는 아이작먼은 미국의 결제처리업체 '시프트4'의 창업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2021년 스페이스X의 첫 번째 민간인 우주비행 '인스퍼레이션4' 임무를 이끌기도 했다.
그는 이륙 전 기자들에게 "인간이 달 위를 걸을 때 나는 살아있지 않았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인간이 달과 화성 위를 걷고 태양계를 탐험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nomad@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0 19:4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