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팀 꾸려 수사 착수…출장조사·총장패싱 논란 등 진통 거듭
수심위, 수사팀과 같은 불기소 결론…비판 가라앉을지는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6일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결론도 어느 정도 정당성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국민의 법 감정까지 고려한 외부 위원들의 시각에서도 검찰의 법리적 판단이 수긍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에 반박할 근거가 생긴 셈이다.
다만 명품가방을 받았다는 사실관계가 뚜렷함에도 처벌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둘러싼 여론의 의구심이 완전히 사그라들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최종 결과와 별개로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황제 조사' 비판과 '총장 패싱' 논란 등으로 인해 검찰 조직 내부에는 상처가 깊게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담팀 꾸렸지만…'수사 속도·지휘부 교체·조사 방식' 논란 거듭
전례 없는 현직 영부인 수사는 시작부터 끝까지 많은 논란과 곡절을 겪었다.
이 사건 수사는 올해 5월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고발한 지 5개월 만으로, 야권 등에서는 '늦장 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검찰은 정치적인 논란을 피하기 위해 22대 총선이 끝난 후 수사를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장 지시 열흘 만에 대규모 검사장급 인사가 단행돼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1∼4차장 등 수사 지휘부가 대거 교체되면서 분분한 해석을 부르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실제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팀 구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뀌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어수선한 상황에도 수사팀은 서울의소리 측과 대통령실 행정관 등을 차례로 부르며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나 김 여사의 조사 시기와 방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다.
청탁금지법상 처벌 규정이 없는 김 여사 측 협조 없이 소환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작용했다.
결국 검찰은 7월 20일 '경호와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제3의 장소인 종로구 창성동의 대통령 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약 12시간에 걸쳐 김 여사를 비공개 조사했다.
최소한의 '대면 조사' 원칙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었지만, 사실상 김 여사 측의 편의를 봐준 '출장 조사·황제 조사'였다는 논란이 확산했다.
◇ 수사팀 '총장 패싱' 논란에 이원석 공개 질타…검찰 내부 상처
논란은 검찰 내부 갈등으로 번졌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김 여사 조사 사실을 대검에 사후 보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총장 패싱' 논란이 일었다.
서울중앙지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총장에게 수사 지휘권이 없고, 총장이 수사 지휘권을 갖는 명품 가방 사건은 당일 함께 조사할지 불확실했기 때문에 사전에 일정을 보고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총장은 조사 이틀 뒤 출근길에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실상 수사팀을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이 총장은 대검 감찰부에 보고가 늦어진 데 대한 진상 파악도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수사에 참여한 김경목 부부장검사가 회의감을 토로하며 사의를 표명하는 등 일선 수사팀의 반발까지 이어지며 내부적으로 날 선 분위기가 심화됐다.
대검은 진상파악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며 한발 물러섰고, 곧 대검과 중앙지검이 동시에 '긴밀히 소통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내분은 5일 만에 수습됐다.
하지만 중앙지검의 '총장 패싱'도, 총장의 '공개 질타'도 검찰 조직에 상처만 남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이원석의 '수심위 소집'…소기 성과 거뒀지만 논란 이어질듯
이런 논란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개최로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22일 이 지검장으로부터 김 여사에 대한 무혐의 결론을 보고받은 이 총장은 고심 끝에 이튿날 직권으로 수심위 회부를 지시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과정의 논란과 별개로 무혐의 결론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많았고, 이 총장 역시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루어졌다"고 평가했지만 그럼에도 전격적으로 수심위를 소집한 것이다.
이는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논란을 의식해 최종 수사 결론에 조금이라도 공정성과 정당성을 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결과적으로 이날 수심위가 불기소 판단에 힘을 실어줌에 따라 이 총장의 결정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 됐다.
다만 야권을 중심으로 수심위 자체가 이미 정해 둔 결론의 명분 쌓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논란 자체를 완전히 불식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심위는 김 여사에 대한 기소를 주장해 온 최재영 목사의 의견서도 검토한 끝에 결론을 냈다고 밝혔지만, 끝내 심의에 참석해 구두로 의견을 밝힐 기회를 주지 않은 것에 대한 반발도 이어질 전망이다.
수사 과정에서 깊게 난 조직 내부의 상처를 어떻게 수습하느냐도 향후 과제다.
대검 감찰부의 '진상 파악'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대검과 중앙지검 사이 갈등의 불씨가 다시 지펴질 수 있고, 이 총장 임기가 끝난 뒤 처분이 예상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처리 과정에서도 파열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leed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6 20:0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