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리히터, 자화상 그리다…'인 어 랜드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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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네오 클래식 거장'으로 통하는 독일 태생 영국 작곡가 막스 리히터가 아홉 번째 스튜디오 앨범 '인 어 랜드스케이프(In A Landscape)'를 데카 레코드를 통해 발매했다고 유니버설뮤직이 11일 밝혔다.

이번 음반은 열아홉 개의 트랙으로 구성됐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음악가의 한순간을 포착한 일종의 자화상과도 같다. "양극단을 조화시키는 앨범"이라는 리히터 본인의 소개처럼 전자음과 어쿠스틱, 인간계와 자연계, 인생의 굵직한 질문들과 생활의 조용한 기쁨을 한데 아우른다.

리히터는 앨범의 수록곡들을 작곡하는 시기에 읽고 있던 다수의 책들로부터도 깊은 영감을 얻었다. 수록곡 중 다수의 제목이 문학작품의 구절에서 비롯했다. 앨범의 표지에도 그가 직접 소장한 책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바흐와 퍼셀부터 키츠와 워즈워스, 앤 카슨이 쓴 시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학작품과 인간에 대한 성찰이 담겼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음악들 사이사이에 외부에서 현장 녹음한 소리들과 일상의 왁자지껄함을 포착한 아홉 개의 '라이프 스터디(Life Study)'가 배치됐다.

숲속을 걷는 발자국 소리, 부엌에서 계란이 지글거리는 소리, 홍콩 공항의 트롤리와 피아노로 모차르트를 연습하는 소리 등이다.

데카는 "참선하는 마음 상태에서 우러난 창조성의 발로인 이 소박한 알아차림들은 앨범 제목의 '랜드스케이프'에 초점을 맞추게 하는 동시에 리히터의 기념비적인 앨범인 2002년 작 '메모리하우스(Memoryhouse)'와 2004년에 발표한 '더 블루 노트북스(The Blue Notebooks)'를 특징짓는 자연의 소리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특히 '인 어 랜드스케이프'는 '스튜디오 리히터 마르'에서 녹음한 리히터의 첫번째 솔로 앨범이다. 스튜디오 리히터 마르는 옥스퍼드 주의 한적한 교외에 위치한 농가 건물을 멀티미디어 제작 스튜디오로 재탄생한 공간이다. 태양열과 열펌프 기술을 접목한 첨단 장비들이 이 스튜디오의 전력을 책임진다.

31 에이커(약 12만5452㎡)에 달하는 울창한 삼림지대 속에 둥지를 튼 이 부부는 이 땅을 경작하고 지속 가능한 작업환경을 가꾸어 가는 일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자리를 잡은 중견 예술가들은 물론 새롭게 뛰어드는 신진 작가들에게도 각자의 작업을 발전시켜 나갈 장소로 이 공간을 제공한다.

1966년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란 그는 1989년 컨템포러리 클래식 키보드 6중주단 피아노 서커스(Piano Circus)를 창단했고, 2002년 솔로데뷔 앨범 '메모리하우스'를 발매했다. 2004년 발표한 기념비적인 앨범 '더 블루 노트북스'는 발매 2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까지도 계속해서 새로운 청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앨범의 구심점에 해당하는 작품 '더 더 네이처 오브 데이라이트(On The Nature of Daylight)'는 최근 HBO에서 방영된 포스트 아포칼립스 드라마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에 수록된 것을 비롯 오랜 기간에 걸쳐 수많은 영화와 TV의 사운드트랙으로 사용됐다. 리히터는 작년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서 이 앨범의 전곡을 라이브로 연주했는데, 오리지널 레코딩에 참여했던 배우 틸다 스윈튼이 함께 무대에 올라 내레이션을 담당했다.

특히 고전적인 기교에 전자 기술을 접목시킨 리히터의 음악은 새로운 장르를 규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솔로 앨범들은 숱한 영화와 춤, 패션과 예술 행사들에서 울려 퍼졌다. 그가 만든 작품들이 스트리밍된 횟수를 모두 합하면 30억 회가 넘는다.

또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촉망받는 창작자, 예술가들과의 활발한 공동 작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킴 존스의 디올 쇼 배경음악을 비롯해 그가 담당한 웨인 맥그리거의 발레 음악, 드니 빌뇌브와 마틴 스코세이지, 아리 폴만 감독이 연출한 영화와 TV 드라마 등에 참여했다.

이번 앨범의 발매와 함께 첫 월드 투어도 예정돼 있다. 올해부터 내년에 걸쳐 영국과 유럽,  북미 지역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를 순회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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