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차 프리즈 서울…대작 대신 '팔릴만한 가격대' 작품 위주
키아프 서울에는 8만2천명 다녀가…"갤러리 심사 강화" 호평
비엔날레 맞물려 해외 미술관 관계자 방한 늘어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9월초 한국 미술계의 큰 행사였던 국제아트페어 프리즈·키아프 서울이 8일 키아프 폐막으로 끝났다.
프리즈 서울이 3회차를 맞으면서 첫 해인 2022년 같은 열광적인 관심은 사라진 가운데 이제 아트페어 자체보다 장외 전시와 연계 행사 등에 더 많은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올해는 특히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가 아트페어를 전후해 개막하면서 아트페어와 함께 비엔날레를 관람하러 방문한 해외 미술계 인사들이 많았다.
◇ 3회차 프리즈 서울…대작 대신 '팔릴만한 가격대' 작품 위주
8일 프리즈와 키아프 주최측에 따르면 전날 끝난 프리즈 서울에는 VIP 사전관람이 시작된 4일부터 나흘간 7만명의 관람객이 찾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는 첫해 선보였던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 같은 수백억원대 대작은 사라졌다. 일부 수십억원대 작품 하이라이트 작품을 제외하고는 수천∼수억원 정도의 비교적 '접근 가능한' 작품들이 많이 보였다.
주최 측에 실적을 공개한 갤러리들의 주요 판매작들을 보면 하우저앤워스는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을 250만달러(약 33억5천만원)에, 독일계 갤러리인 스푸르스 마거스는 조지 콘도의 '자화상'을 195만달러(약 26억원)에 각각 아시아의 개인 컬렉터에게 판매했다. 페이스 갤러리에서는 이우환의 회화가 120만달러(약 16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고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회화를 첫날 100만 유로(약 14억8천만원)에 판매했다. 아니카 이의 조각 작품은 글래드스톤 갤러리에서 20만 달러(약 2억6천만원)에 여러 점이 판매됐다.
한국 갤러리 중에서는 PKM 갤러리가 첫날 유영국의 회화를 150만달러(약 20억원)에 판매한 것을 비롯해 전준호의 개인전 형식으로 부스를 꾸민 갤러리 현대는 전준호 작품 7점을 판매했다. 국제갤러리는 양혜규, 문성식, 이희준 등의 작품을 여러 점 판매했다. 조현화랑에서는 이배 작품 10점이 각각 5만6천달러(약 7천500만원)에 판매된 것을 비롯해 박서보, 권대섭, 이광호 등의 작품이 새 주인을 만났다.
일부 참여 갤러리들은 지난해보다 좋은 판매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터키계 미국 작가 하얄 포잔티의 개인전으로 부스를 운영한 제시카 실버만 갤러리의 창립자인 제시카 실버만은 "다시 찾은 프리즈 서울은 대성공이었다"면서 "세계적인 컬렉터들에게 모두 판매됐다"고 전했다.
올해 두 번째로 프리즈 서울에 참가한 일본 난주카 갤러리도 지난해보다 더 많은 작품을 판매했다고 밝혔고 브라질 갤러리 멘데스 우즈 디엠(DM)도 "매우 좋은 성과를 거뒀다"며 "여러 작가들 작품을 한국에서 개인 컬렉터와 기관에 다수 판매했다"고 전했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올해 프리즈 서울은 전세계 예술 달력에서 중요한 행사로 그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면서 광주·부산비엔날레 개최와 맞물려 한국미술의 깊이와 다양성을 보여주는 자리였다고 자평했다.
◇ 키아프 서울 8만2천명 다녀가…"갤러리 심사 강화" 호평
8일 끝난 키아프 서울에는 5일간 총 8만2천여명이 다녀갔다. 키아프는 VIP 방문객이 늘었고 특히 프리즈가 하루 먼저 끝나 키아프에만 입장할 수 있었던 마지막 날 방문객이 1만2천명으로 지난해 6천여명보다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키아프는 개별 갤러리들의 판매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채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기대 이상의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면서 "비록 호황기만큼의 매출은 아니었지만 우려했던 상황은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키아프 서울을 두고는 호평이 잇따랐다. 한국 최대 아트페어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프리즈 서울에 비해 국내 갤러리가 3분의 2를 차지하는 키아프 서울은 프리즈 서울과 공동 개최가 시작된 이후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키아프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키아프와 프리즈 모두 참가하는 한 갤러리 관계자는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많이 바뀌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올해 갤러리 심사가 강화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키아프측은 올해 참여 갤러리 수는 줄이면서 전시장 규모는 늘려 쾌적한 전시 관람이 가능했고 구작보다는 신작을 위주로 출품하게 하고 갤러리 부스 내부 구성 계획까지 제출하게 하는 등 꼼꼼한 심사가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한 '키아프 하이라이트 어워즈' 작가로는 강철규, 김은진, 최지원이 최종 선정됐다. 이들에게는 각 창작지원금 1천만원이 수여됐다.
키아프측은 "한국 미술계가 하나 되는 구심점 역할을 비롯해 새로운 얼굴 발굴, 미술 시장 활성화, 예술 경계 확장 등 국내 최대 아트페어로의 역할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 뜨거운 장외 전시 경쟁…비엔날레 맞물려 해외 미술계 인사 대거 방한
아트페어 기간을 전후해 미술계에서는 주목할 만한 전시가 잇따라 개막했다. 현재 주요 미술관과 대형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작가들의 작품들이 해당 작가가 속한 갤러리의 주요 출품작으로 아트페어에 소개되고 팔리면서 아트페어와 전시가 그대로 연계되는 듯한 상황도 연출됐다.
올해는 또 프리즈 서울 시작 이후 가장 많은 해외 미술계 인사가 방한했다. 이들은 아트페어 관람은 물론 8월 시작한 부산비엔날레와 프리즈 기간 개막한 광주비엔날레를 둘러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프리즈측은 프랑스 퐁피두 센터, 미국 디아 아트 파운데이션·뉴뮤지엄·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MoMA), LA카운티미술관, 홍콩 K11·엠플러스(M+), 일본 모리 미술관, 영국 테이트 모던, 네덜란드 스테델릭 미술관, 구겐하임 아부다비, 루브르 아부다비 등의 관계자가 프리즈를 찾았다고 밝혔다.
참가 갤러리들도 이런 분위기를 확인했다. 제임스 코흐 하우저앤워스 갤러리 파트너는 "올해는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덕분에 아트페어와 서울 아트위크에 대한 관심과 에너지가 더 폭발적이었다"고 전했다.
국내 대형 갤러리 관계자는 "아트페어 이전부터 컬렉터는 물론 해외 미술관 인사들의 갤러리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프리즈 서울이 시작된 이후 최대 인원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미술계에서는 이제 내년이면 4회째인 프리즈 서울을 두고 더 이상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트페어를 계기로 다양한 행사와 전시가 열리는 등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좋지만 이 시기에 각종 지원과 자원이 지나치게 몰리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에서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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