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로스코와 이우환, 서울에서 조응하다…페이스갤러리 2인전

이우환, 로스코 유족과 협력해 작품 선정…로스코 관련 책도 출간돼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색면 추상의 대가 마크 로스코(1903∼1970)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88). 동서양 거장의 작품 세계를 함께 살피는 흔치 않은 전시가 서울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4일 시작한다.

이 전시는 특히 이우환이 직접 큐레이팅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우환은 로스코 유족 측이 제시한 작품 16점에서 직접 6점을 선택했고 그에 상응하는 자신의 회화와 조각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2개 층으로 나눠 작가별 작품을 소개한다. 여느 로스코 전시처럼 조도를 낮춰 어두운 2층 전시장에는 1950∼1960년대 로스코의 색면 추상 회화가 걸렸다. 고요하고 명상적인 분위기의 로스코 전시장과는 달리 이우환의 작품은 자연광이 들어오는 3층 전시장에 걸려 대조적이다.

이우환의 회화는 리움미술관 소장품을 비롯해 '응답'(Response), '대화'(Dialogue) 연작 등 색이 두드러지는 작품 4점이 나왔다. '대화'는 보기 드물게 네 개 패널을 이은 대형 작품이다. 또 지난해 그린 '응답'에는 지금까지 그의 작품에서 보지 못했던 이미지가 들어있다. 붓 자국이 어지럽게 얽혀있는 이 이미지에 대해 마크 글림처 페이스 갤러리 회장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우환 작가도 '아직 이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른다'고 말한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갤러리의 야외 공간에는 이우환의 신작 조각 '관계항-조응'(Relatum-Correspondence)이 설치됐다. 강철판 위에 무거운 돌이 떨어진 형태의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로스코의 유족들도 한국을 찾았다. 로스코의 아들 크리스토퍼 로스코는 "지금까지 많은 로스코 전시를 했지만 생존해 있는 대가와 함께 전시하게 돼 기쁘다"며 "두 작가의 작품은 단지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영적인 차원으로 나아가는 문을 열어주는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우환에게 로스코 작품을 고르도록 한 데 대해 "이우환의 감각을 신뢰했기 때문에 좋은 앙상블을 이룰 것으로 믿었다"고 했다. 전시는 10월 26일까지.

전시에 맞춰 로스코 작품의 이해를 돕는 책도 출간됐다.

'예술가의 창조적 진실에 관하여'(위즈덤하우스)는 로스코가 색면 추상으로 이행하기 전인 1930년대 말∼1940년대 초에 쓴 글을 그의 사후 아들 크리스토퍼가 엮은 책이다. 1988년 창고 정리 작업 중 우연히 발견된 원고 뭉치를 정리한 이 책에서 로스코는 자기 작품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예술과 예술가, 현대 미술과 미술사, 아름다움에 대한 고찰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글들은 그의 그림 뒤에 어떤 생각이 숨어 있었는지 보여준다. 원제는 '예술가의 리얼리티'(The Artist's Reality).

또 다른 책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은행나무)에서는 로스코의 아들이자 30여년간 그의 유산을 관리하며 전시를 기획해 온 크리스토퍼가 로스코의 작품 세계를 보다 쉽게 설명한다. 대공황 시기 도시 풍경과 인물을 묘사했던 1920∼1930년대, 신화의 소재를 활용한 1940년대 초현실주의 시기, 이후 색면추상에 이르기까지 로스코의 작품 세계 전반을 돌아보며 이해를 돕는다. 저작권을 보유한 유족이 쓴 책인 만큼 도판이 풍부하다.

▲ '예술가의 창조적 진실에 관하여' = 김주영 옮김. 328쪽.

▲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 = 이연식 옮김. 512쪽.

zitron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4 07:3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