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 영향에 도매가 올랐지만…추석 앞두고 소매가는 크게 안 올라
얇아진 지갑 사정에 상인도 손님도 한숨 '푹푹'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도매가는 엄청나게 올랐는데 손님들한테까지 비싸게 팔 수는 없으니까요. 결국 상인들만 힘든 거죠."
추석을 일주일가량 앞둔 10일 오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점포 좌판에서 싱싱한 포클랜드산 원양 오징어를 가리키던 상인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징어 3마리를 2만원에 팔고 있는데, 작년 이맘때쯤에는 1만 6천원∼1만 7천원 정도 했다"며 "솔직한 심정으로 도매가가 오르니 소매 가격도 올리고 싶은데, 손님 발길이 끊길까 봐 얼마 올리지도 못하고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갈치시장은 명절을 맞아 차례상과 가족을 위해 추석 성수품을 준비하는 이들로 북적였다.
제사상에 오르는 조기와 민어 등 생선을 비롯해 오징어와 조개 등 여러 종류의 수산물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여름 수온 상승 영향으로 어획량이 감소한 데다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손님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아 상인들의 표정은 다소 굳은 모습이었다.
이날 추석을 앞두고 물가 안정조사에 나선 부산 중구가 현장에서 파악한 결과, 지난해와 비교해 일부 수산물은 대략 5∼10% 오른 상태였다.
조기와 오징어 등 각종 수산물을 파는 박모씨는 어획량이 감소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가격에 파는 것에 대해 "많이 팔아야 남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손님들이 생선 단가를 알고 있어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다"며 "우리 가게와 계약된 배가 바다에 나가서 수산물을 잡아 오는데, 최근에는 고수온 때문에 잡히는 게 없어 출항도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손님들의 얇아진 지갑 사정을 실감한다고 했다.
50년간 이곳에서 장사하며 3대째 건어물 가게를 이어오고 있는 60대 임서룡씨는 "명절이다 보니 황태포, 마른오징어 등을 찾는 손님들은 있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 확실히 많이 줄었다"며 "다들 경기가 어렵다 보니 몇 년 전만 해도 건어물 선물 세트를 100개가량 발주했지만, 올해는 70∼80개밖에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합 껍데기를 손질하던 60대 김모씨도 "차례상에 올리는 탕에는 조개나 새우가 많이 들어간다"며 "가격이 작년이랑 거의 비슷한데도 물건을 찾는 사람이 많이 없어 상인들은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시장을 둘러보던 손님들 가운데는 물건을 유심히 보다가도 가격을 듣고는 뒤돌아서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상인에게 오징어 가격을 묻던 70대 강모씨는 "손주들이 오징어튀김을 좋아해 사긴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얼마나 사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며 "이제 차례도 명절 선물도 간소화하는 추세인데 이러다가 사는 양이 여기서 더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일부 수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자 해양수산부는 전국적인 고수온 피해 상황과 양식 수산물 수급, 가격 추이를 지켜보며 조치하고 있다.
시중에 비축 물량을 공급하고 오는 15일까지 마트와 온라인몰 등에서 국내산 수산물을 최대 60% 할인하는 행사를 여는 등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psj19@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0 14:5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