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위안화 국제화 추진 속 달러 의존도 낮춰"…세계적으로는 4.7% 수준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중국이 국경 간 거래에서 사용한 위안화 결제액 규모가 올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러시아와 밀착을 통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면서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7월 중국이 각국과 국제 거래에서 사용한 통화의 53%는 위안화였다. 2021년 7월 40%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년 새 위안화 비중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취해진 미국 제재로 러시아의 달러 거래가 제한되면서 중-러 간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이 급증한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일으킨 뒤 서방으로부터 각종 제재를 받자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서방의 대러 제재를 꺼리는 국가와의 교역을 늘리며 이를 피해 왔다.
특히 서방의 금융 제재로 달러와 유로화 결제망에서 배제되자 위안화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장은 지난 1월 말 러시아 관영 RIA 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위안화 결제 비중이 2년 전과 비교해 수출은 0.4%에서 34.5%, 수입은 4.3%에서 36.4%로 늘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베를린 카네기 연구소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 연구원은 "제재 상황은 중국이 (금융) 시스템을 개발하고 중국 시스템을 러시아 시스템과 연결하는 설루션을 개발하는 데 큰 자극을 줬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중국이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몽골과 통화 스와프 라인을 개설하거나 갱신했다는 것이 꼽힌다. 이들 국가는 모두 중국이 원하는 상품을 생산하는 국가들이다.
2022년부터 라오스,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브라질, 세르비아 등에 새롭게 위안화 청산은행이 설립된 것도 위안화 비중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분석가는 중국이 올해 위안화 매도 압력에도 불구하고 위안화-달러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한 이유는 무역 파트너들이 위안화로 더 많이 거래하도록 장려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와 관련, 강력한 통화를 거듭 요구해 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달러 패권에 맞서 중국은 최근 각국과의 무역 거래에서 자국 통화 사용을 확대하는 등 위안화의 국제화 추진에 공을 들여왔다.
그런데도 전 세계 무역 금융시장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FT는 지적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최신 자료에 따르면 위안화가 글로벌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7월 기준 4.74%에 불과했다.
이는 전달(4.61%)에 비해서는 높아진 것이지만 달러(47.81%), 유로(22.47%), 파운드(7.00%)보다는 여전히 비중이 낮다.
서방 전문가들은 중국의 자본통제와 강력한 달러화 결제 시스템 등을 감안하면 위안화가 앞으로도 세계 시장에서 비중을 크게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시러큐스대학의 대니얼 맥도웰 교수는 서방이 중국과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꺼리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 유럽연합(EU)과 위안화로 무역 결제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js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8/30 10:5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