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집단대출 뛰어든 상호금융…금감원 '풍선효과' 경고

2 months ago 7
임수정 기자

취급기관에 단위농협 이례적 포함…농협중앙회에 "한도책정 유의"

지난달 2금융권 가계대출 5천억 증가 전환…'DSR 50%' 축소 등 거론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 현장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에서 집단대출 취급기관으로 2금융권인 단위농협을 이례적으로 선정한 것과 관련, 금융당국이 농협중앙회에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에서 단위조합을 집단대출 취급기관에 포함시키면서 은행권 대출수요가 상호금융권으로 넘어오는 '풍선효과'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 조정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즉각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 금감원, 농협중앙회에 "외형·건전성 감안해 한도 책정"

18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서울강동농협이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잔금대출 기관으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농협중앙회에 건전성 관리 감독을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울강동농협의 외형 및 건전성을 감안해 한도를 책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농협중앙회를 통해 전달했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잔금대출 금융기관에 시중은행과 부산은행 외에도 단위농협인 서울강동농협을 선정한 바 있다.

집단대출은 신규 아파트 분양자를 대상으로 한 중도금 대출이나 잔금 대출 등을 의미하는데, 1금융권이 대부분인 집단대출 시장에서 2금융권이 선정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게다가 서울·수도권 대단지 아파트 집단대출 취급기관에 2금융권이 포함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선 은행권의 소극적인 대출 조건 제시에 실망한 재건축 조합이 2금융권까지 눈길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확한 대출 금리 조건은 다음 달 제시될 것으로 보이지만 상호금융권이 처음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집단대출에 참여하는 만큼 1금융권에 견줘 크게 뒤지지 않는 금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서울강동농협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자산 규모는 2조7천820억원으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단위조합으로 알려졌다.

1금융권보다 금리는 다소 높을 수밖에 없고 만기도 최장 30년이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50%라는 점도 차주 입장에서는 유리할 수 있는 요소다. 1금융권은 이보다 더 엄격한 DSR 40%를 적용받는다.

상호금융권 일각에서는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제대로 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이번 기회에 넘어오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면서 잔금 대출을 제대로 취급하지 못하는 자리를 상호금융이 치고 들어갈 수 있다"며 "이번 사례가 2금융권 풍선효과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농협중앙회를 통한 지도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강동농협뿐 아니라 다른 농협 단위조합들도 아파트 집단대출에 뛰어드는 움직임이 있는지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또 올라간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또 올라간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한 은행 주택담보대출 안내문 모습. 2024.8.19 xyz@yna.co.kr

◇ 2금융권 가계빚 이미 '꿈틀'…당국, DSR 한도 조정 등 논의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강도가 강해질수록 농협을 포함한 신협·수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호금융권의 고객군은 은행권과 상당 부분 겹치지만, 은행권과 달리 대출 관리를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가계대출 규모에 별다른 변화는 없다"며 "추후 당국 지침이 있을 경우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금융권 전체로는 1금융권 대출이 제한된 수요가 이동하는 움직임이 일부 감지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8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2금융권(상호금융·보험·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사)의 가계대출은 전달 대비 5천억원 늘어나며 올해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했다.

업권별로는 보험(3천억원), 저축은행(4천억원), 여전사(7천억원)에서 가계대출이 늘어났으며 상호금융권에서만 1조원 줄어들며 감소세를 이어갔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2금융권으로 확대 적용 예정이었던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 공백으로 인한 수요까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 풍선 효과에 대해 "아직 눈에 띄는 모습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2금융권으로의 대출 이동이 본격화할 경우 즉각 관리 수단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1금융권에 비해 느슨한 DSR 한도 조정 등도 논의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2금융권 DSR 한도가 50%로 1금융권에 비해 여유롭다"며 "풍선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8 06:0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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