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총책 지시로 판매·유통한 일당도 검거…8천명 투약분 압수
(수원=연합뉴스) 김솔 기자 = 대학가의 원룸촌에서 마약을 제조하고 투약하다가 폭발 사고까지 낸 외국인들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남부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30대 러시아인 A씨 등 3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7월경 안성시 한 대학가의 원룸에서 대마 결정체 '해시시'를 제조 및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해당 원룸에서 대마 223g과 해시시 제조에 필요한 화학약품 등을 압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원룸 내부에 마약 제조에 쓰이는 각종 설비를 갖추고 원료와 화학약품을 배합해 제조했다.
경찰에 검거되기 수일 전인 지난달에는 마약 제조 과정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해 제조자인 B씨가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다.
경찰은 현재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B씨에 대해서도 추후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한적한 농가나 외딴섬에서 마약 제조가 주로 이뤄졌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도심 주택가, 대학가 원룸촌 등에서 검거가 잇따르고 있다"며 "밀집된 주택가에서 마약 제조가 이뤄지는 경우 폭발 등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해외 총책의 지시를 받아 마약류를 조직적으로 수거·판매한 외국인 조직원들도 구속돼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범죄단체조직 및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30대 카자흐스탄인 B씨 등 7명도 구속 송치했다.
B씨 등은 2021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경기, 인천, 충남 일대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조직원을 모집하거나 마약류를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동남아에 있는 총책 C씨의 지시를 받으며 배포책, 수거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활동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2021년 2월 화성 남양면에서 발생한 '외국인 운전자 무차별 폭행 사건' 수사 과정에서 C씨의 범행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당시 고려인 마약 조직원들은 마약 판매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협박하고 돈을 뜯었던 다른 고려인에게 앙심을 품고, 대낮에 그가 타고 가던 차량을 가로막아 집단 폭행했다.
C씨는 경찰이 해당 사건 수사에 착수하자 자신도 수사선상에 오를 것을 우려해 출국한 뒤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범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A씨 및 B씨 일당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압수한 마약류는 대마 1.2㎏, 메페드론 242g, 해시시 54g 등으로 약 8천명 투약분에 해당한다.
또 이들의 마약 거래 대금 39억 5천만원 가운데 23억 5천만원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조처했다.
마약류 거래 대금 총액을 토대로 추산할 때 약 20만명분에 달하는 마약류가 유통됐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 일당 외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유통한 외국인 2명도 함께 구속 송치했다.
또 이들로부터 마약류를 구매해 투약한 외국인 등 113명 또한 불구속 송치했다.
단순 투약자 중 불법체류자로 드러난 6명은 출입국외국인청으로 신병을 인계해 강제 출국 조처했다.
해외 체류 중인 C씨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를 내리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범죄 전담 수사 인력을 총동원해 클럽 등 유흥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마약류 거래에 대해 집중 수사할 것"이라며 "외국인이 밀집한 주택가에서도 기동순찰대 및 지역 경찰 순찰을 강화해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so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2 11:4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