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용산초 교사 1주기 추모제…"잊지 않고 교권보호 힘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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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기자

수년간 학부모 악성 민원 시달리다 순직…"고통 잊지 않겠다"

교원 보호 대책에도 대전 지역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늘어

대전서 열린 교사 추모제

대전서 열린 교사 추모제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교사 A씨의 추모제가 지난 9월 15일 오후 대전시 서구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수년간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유명을 달리하면서, '서울 서이초 사건'과 함께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끌어낸 대전용산초 교사의 순직 1주기 추모제가 6일 열렸다.

헌화하는 설동호 대전교육감

헌화하는 설동호 대전교육감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했던 순직 대전용산초 교사가 6일 1주기를 맞았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 이날 오후 대전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2024.9.6 coolee@yna.co.kr

◇ 설동호 "사명감과 신념 지킬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에 힘 모아야"

이날 오후 가장 먼저 추모소를 찾은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침울한 표정으로 헌화를 마친 뒤 "교육 발전에 기여하신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설 교육감은 오후 5시 시작된 추모제에 참석해 "교직의 길을 선택하신 선생님들 모두가 교육적 신념과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지켜나가며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줄기 빗방울이 모여 강물을 이루듯 우리가 모두 함께 마음을 모아 존중하고 협력하는 교육환경,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시교육청 앞에 마련된 추모소에는 추모 행렬이 잇따랐다.

방명록에는 '부디 하늘에서 평안하시길 바란다', '오늘은 더 보고 싶다. 오래 기억하겠다', '모두가 선생님의 고통, 억울함을 기억하고 행동하겠다' 등 동료 교사들의 메시지가 적혔다.

개식사, 추모 묵념, 영상, 추모사, 유족인사, 추모 공연 순으로 진행된 추모제는 고인의 유족인 남편의 인사와 이제는 중학생이 된 교사의 제자, 동료 교사들의 추모 연주가 이어졌다.

대전용산초 교사 A씨는 2019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고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수년간 악성 민원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속적인 비방과 모욕에 시달리던 그는 지난해 9월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A씨 사후에 진행된 조사에서 수년간 지속됐던 교권 침해 정황이 사실로 드러났고, 전국적인 공분을 사면서 교권 보호 강화로 이어지는 밑거름이 됐다. 공무원 인사혁신처는 지난 6월 A씨의 순직을 인정했다.

선생님을 기억하며

선생님을 기억하며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했던 순직 대전용산초 교사가 6일 1주기를 맞았다. 대전지역 교원노조·단체 관계자들이 이날 오후 대전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2024.9.6 coolee@yna.co.kr

◇ 선생님 떠난 지 어느새 1년…갈 길 먼 교권 보호

서울서이초와 대전용산초 사건 이후 정부와 교육 당국은 잇따라 교사 보호 대책을 마련했지만, 일선 교육 현장에서의 교권 침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녹색병원이 최근 교사 4천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무 관련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교사 10명 가운데 7명은 여전히 언어적·신체적·성적 폭력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교권 침해로 인한 대전 지역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올해 상반기 84건이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오히려 늘어났다.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가 68건으로 이 중 대부분은 초등학생에 의한 침해 사례였다. 나머지 8건은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행위였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교권 회복 5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실효성 문제는 그대로다.

악성 민원을 처벌할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고, 학부모를 상대로 한 교권 침해 처분도 교원 보호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선생님을 기억하며

선생님을 기억하며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했던 순직 대전용산초 교사가 6일 1주기를 맞았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과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들이 이날 오후 대전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2024.9.6 coolee@yna.co.kr

학부모의 교권 침해가 인정돼도 '조치 없음'이나 제1호(서면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 처분이 나오면 이를 강제할 근거가 없다.

특별교육 이수 및 심리치료 처분이 내려지는 제2호 조치가 나왔을 경우에만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과태료를 물고 있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교권 침해가 인정되어도 대부분 제1호에 머무는데,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사과받지 못하거나, 계속해서 그 학생을 지도하며 2차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교권 회복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니 고통을 호소하면서 신고조차 못 하는 교사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옥세 시교육청 교육정책과장은 "법 개정 이후 교권 침해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교권 침해의 정도가 심한 사례도 늘어나고, 특히 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교권 침해가 많아 우려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김 과장은 "더욱 강력한 처분이 가능하도록 개선하는 동시에, 학생·학부모와 함께 교육문화를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coole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6 17:3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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