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의대 증원 대안 찾자" 용산 "제로베이스 논의"
여야의정협의체 구성 합의…의료계 논의 테이블로 견인
추석 의료대란 현실화 조짐·여론 악화에 당정 의기투합
윤-한 갈등 해소도 도움…여야의정 논의서 당정 주도권 쥘듯
의료계 참여가 관건…'증원 철회' 입장 강경 고수는 어려울 듯
[평택=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3.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미영 기자 = 여당과 대통령실이 6일 의료대란 사태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면서 '의정 갈등' 해법의 출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특히 대통령실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조정도 열려 있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만큼, 의료계가 합류해 의료개혁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을 높였다. 의료계가 참여할지가 관건인데 현재로선 미지수다.
대통령실은 지난 4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를 제안할 당시 만해도 "여야 협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대통령실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여야의정협의체 구성에 동의하는 식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 의료 대란 우려가 커지면서 여론이 나빠지자 출구를 모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사 수를 늘려야 필수 의료·지역 의료 체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의료 개혁'의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지만, 의료 현장에서 파행이 계속된다면 의료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나 당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2026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증원 규모를 재논의하자'는 의견에 국민 48%가 찬성을, 36%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이날 나왔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 한 방향의 목소리를 낸 건 한 대표 취임 후 사실상 처음이다.
한 대표가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제안하면서 '윤(석열)-한(동훈)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듯했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공멸'할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날 대통령실과 한 대표 모두 한발짝씩 양보하면서 윤-한 갈등을 봉합하고, 나아가 의료 정상화를 위한 여야의정 논의에서 당정이 주도권을 쥐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여야의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자신이 주장해온 2026학년도 의대정원 유예에 대해서도 "(협의체에서)합리적인 대안을 찾자는 것"이라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의료계도 과학적 근거나 의견을 제시해 정부와 함께 적정한 증원 문제에 대해서 논의 협의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와 친윤계인 추 원내대표가 같은 목소리를 낸다는 건, 의대 정원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 '교통정리'가 끝났다는 의미다. 여기에 대통령실도 이날 "한 대표의 여야의정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해 긍정적"이라면서 "의대 정원 문제는 의료계가 합리적 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고 뜻을 같이했다. 당정이 의견일치를 보고 한 목소리로 해법 찾기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제로 베이스'에 대해 "의료계에서 어떤 그룹, 어떤 안이라도 제시한다면 논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과 당은 의료개혁 작업을 이끌고 있는 복지부장관·차관 교체 요구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전날까지도 당에서는 복지부 차관 교체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이날 한 대표는 "중요한 임무를 맡은 공직자들이 국민께 걱정을 끼치거나 오해를 사는 언행은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경질' 요구가 아닌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윤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통령실은 복지부 장차관 교체 요구와 관련해선 "의료개혁을 이끌고 가야하는 책임자로,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미 수일 전부터 여야의정협의체 구성, 의대 증원 등을 놓고 조율을 해왔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과 당은 의사 수를 늘려야 의료개혁이 가능하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전혀 없었다"며 "다만 의대 정원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늘릴 것이냐 하는 '각론'에서 일부 다른 생각이 있었지만 최근에 서로 이에 대해 협의를 해왔고 의료계를 논의의 장으로 견인하는게 최우선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도 용산과의 사전 조율여부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도 공감하는 사안으로 안다"고 말했다.
관건은 의료계가 동참하느냐 여부다. 이날 대통령실과 여당이 여야의정협의체에서 의대 증원에 대해서도 '제로베이스'로 논의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밝힌만큼 의료계도 무조건 '증원 철회' 입장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여권 내부 기대다. 여권 관계자는 "개혁에 있어 이해관계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공감대와 지지를 앞설 수는 없다"며 "무엇보다 의료개혁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헌법(국민기본권)에 기초하는 만큼 의료계도 대화에 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가 워낙 강경한 입장이라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좀 두고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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