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전국 지자체에 현황 보고하라 지시
"피해자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법안 발의 따라"
소녀상 훼손 행위 잇따라 발생…징역·벌금 처벌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14일 대구 남구 대구여자상업고등학교를 찾아 평화의 소녀상을 쓰다듬고 있다. 2024.08.14. [email protected]
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여성가족부 권익정책과는 지난달 26일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인권·평화의 중요성을 기억하고 알리기 위해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현황을 조사하고자 하오니 각 자치구 담당자께서는 붙임 자료에 수정사항이 있을 경우 8월30일까지 메일로 제출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공문과 함께 여가부는 '국내 평화의 소녀상 현황'이라는 서식을 첨부했다. 정부가 평화의 소녀상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정부 차원에서 평화의 소녀상 개수와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화의 소녀상'이란 일제 강점기 시절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위안부 여성을 위로하고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역사적 교훈으로 삼기 위해 세워진 공공 미술 작품이다.
소녀상의 시초는 2011년 12월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동상이다. 단발머리에 치마저고리를 입은 이 동상은 일본대사관 앞에서 1992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수요 시위' 1000회를 기념해 건립됐다.
2015년 당시 박근혜정부가 일본 정부와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하자 이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일본대사관 앞 동상과 유사한 형태의 평화의 소녀상들이 전국 각지에 세워지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당시 자치구 대부분을 석권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청장들의 지원 속에 동상들이 잇달아 설치됐다.
이 같은 유래를 가진 평화의 소녀상을 정부가 나서서 전수 조사하자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공 시설이나 공공 미술 작품 전반이 아닌 평화의 소녀상을 지목해서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여가부 역시 소녀상 현황 집계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평화의 소녀상 전수 조사 취지를 묻는 질문에 여가부는 국회 법안 발의에 따른 후속 조치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달 들어 국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할 목적으로 평화의 소녀상(일본군위안부 피해를 기억하기 위한 조형물 또는 상징물을 의미한다)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를 징역형이나 벌금형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의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잇달아 발의됐다.
법안이 발의된 것은 소녀상 훼손 행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6일 한 30대 남성이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 검은 비닐봉지를 씌우고 흰 마스크에 '철거'라는 문구를 적었다. 그는 같은 달 27일에는 일본 맥주와 초밥을 소녀상에게 먹이고 맥주 캔을 소녀상 머리 위에 올려 놓은 모습을 촬영했다. 이후 이 같은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관련 법안 발의에 따라 위안부 담당 부처인 여가부는 향후 국회에서 이뤄질 개정안 심의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기초 자료를 마련 중이다. 그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온 단체인 정의기억연대에 질문하거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참고해 소녀상 현황을 파악해왔지만 본격적으로 소녀상 관련 입법이 추진되는 만큼 공식적인 집계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여가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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