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미술관 전시 앞둔 이불 "신병 몇번 앓은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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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작품 의뢰' 마무리 작업 중…"

아트바젤홍콩 전시장의 이불 작가

아트바젤홍콩 전시장의 이불 작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한국 예술가로서는 최초로 뉴욕 메트미술관(메트) 건물 외관에 설치될 조형작품을 의뢰받은 작가 이불(60)이 작업의 고통을 '신병'(神病)에 비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이 작가가 지난 1년간 메트 외관에 설치될 4개의 조형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앓아누웠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신병을 앓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로 꼽히는 이 작가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초 서울 자택에서 거대한 지네에 왼쪽 발뒤꿈치를 물린 경험도 소개했다.

그는 "발뒤꿈치에 큰 못이 관통하는 듯한 고통과 함께 일종의 계시를 받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지네에게 물린 것을 메트에서 작품이 정식으로 공개되는 9월12일까지 마무리 작업에 전념하라는 신호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지네에 물린 고통이 작품을 창조하는 고통을 치유했다"고 덧붙였다.

핑크'

이불 작가의 '몬스터:핑크'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미술가들' 특별전에서 관계자가 이불 작가의 '몬스터:핑크'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4.9.2 scape@yna.co.kr

매년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조각 작품으로 건물 외관을 장식하는 메트는 지난해 이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이후 아이디어 구상을 위해 메트를 방문한 이 작가는 동서고금의 수많은 예술품에 압도됐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그는 자신의 작품이 설치될 미술관 외벽의 좌대가 서양 건물에서 일반적으로 '수호신'이 설치되는 장소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작가는 "수호신이 무언인지, 인간에게 수호신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구상적 요소와 추상적 요소를 결합한 4개의 대형 조형물을 구상했다.

이 중 2개의 조형물은 현재 메트가 소장하고 있는 사이보그 연작의 세계관과 일맥상통하지만, 20세기 초반 입체파나 고대 그리스 조각품의 분위기도 담았다는 평가다.

이 작가도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조각상인 '사모트라케의 니케'를 언급하면서 "신화 속 캐릭터를 닮은 것도 같지만 현대 조각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정된 한 시대나 한 유파 스타일을 지닌 작품이 아니다"라며 "수많은 시대와 의미를 내포한 작품이지만, 통일된 하나의 스타일로 묶어서 선보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2개의 조형물은 음식물을 토해내고 있는 대형견을 묘사했다.

이 작가는 수년 전 키우던 진돗개가 속이 불편할 때면 일부러 풀을 뜯어 먹은 뒤 음식물을 토해낸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개는 언제나 창가 앞에 앉아 나를 기다리면서 시내 쪽을 바라봤다"며 "마법적인 분위기를 느꼈다"고 회상했다.

루이즈 부르주아의 조형물 'The Arch of Hysteria'

루이즈 부르주아의 조형물 'The Arch of Hysteria'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메트 소장품 중에서는 20세기 초 이탈리아 미래파 움베르토 보치오니의 작품과 프랑스 출신 미국 여성작가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작가는 초현실적인 시각에서 여성의 신체를 해석한 부르주아에 대해 "내게는 여러 명의 어머니가 있는데, 부르주아도 내 어머니"라고 말했다.

한편 맥스 홀라인 메트 관장은 조만간 공개될 이 작가의 작품에 대해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유동성과 불안감을 담았다"며 "외관에서 고전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보고 있는 동안 작품의 분위기가 바뀐다"고 평가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오는 12일부터 내년 5월까지 메트 건물 정면을 장식하게 된다.

이불 작가의 작품이 설치될 메트 건물 정면

이불 작가의 작품이 설치될 메트 건물 정면

[연합뉴스 자료사진]

koma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3 16:0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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