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못 먹을지도] ④ '방어축제' 대신 '호박돔축제' 하는 날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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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나용 기자

수온 높아지면서 한류성·난류성 어종 모두 '북쪽으로 올라가'

제주서 어획된 물고기 표본 10마리 중 3.8마리 아열대성

"아열대종 이미 수산시장서 판매…기후변화 따른 수산자원 변동 대비해야"

[※ 편집자 주 = 기후위기가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우리 삶에 가져온 변화를 느끼는 데는 둔감합니다. 언제든지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미 밥상에는 뚜렷한 변화가 왔습니다. 어릴 적 식탁에서 흔히 보이던 단골 국과 반찬이 어느새 귀한 먹거리가 됐습니다.밥상에 찾아온 변화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짚어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기사를 송고합니다.]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매년 11월이 되면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최남단 방어 축제가 열린다.

겨울 방어 회

겨울 방어 회

[촬영 백나용]

난류성 어종인 방어는 15∼18도 수온을 찾아 가을이 되면 남쪽으로 회유하는 데 마지막 월동지가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다.

모슬포항에서 배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마라도 갯바위 주변은 방어 먹이인 자리돔 서식지로, 방어는 이 자리돔을 먹으면서 살을 찌운다.

방어 조업을 할 때도 자리돔을 미끼로 써 제주 방어를 흔히 '자릿방어'(자리돔과 방어의 합성어)라 부른다.

방어는 사계절 연근해에서 잡히지만, 겨울 방어를 최고로 친다.

봄 산란기를 앞두고 살을 찌워 기름기가 토실토실 오른 겨울 방어 뱃살은 참치 뱃살 못지않다는 평을 받는다.

반면, 여름 방어는 살이 무르고 기름기가 적어 맛이 떨어진다. 기생충 우려도 있어 '한여름 방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맨손 방어잡이의 화끈한 손맛'

'맨손 방어잡이의 화끈한 손맛'

[연합뉴스 자료사진]

방어가 제철을 맞은 겨울만 되면 제주지역 횟집은 너나 할 것 없이 방어를 주력 횟감으로 내놓는다.

겨울 방어를 주메뉴로 한철 장사만 하는 횟집도 많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제주 겨울철 대표 수산물인 방어가 월동하러 제주도 근해까지 내려오지 않는다고 한다.

15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 해역 연평균 표층 수온은 약 1.44도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지구 평균 표층수온 상승률(0.7도)과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바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차가운 해류를 좋아하는 한류성과 따뜻한 해류에 적응해 사는 난류성 어종 모두 적정 수온을 찾아 북쪽으로 서식지를 옮기고 있다.

방어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방어와 같이 선호하는 수온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는 회유성 어종은 수온 변화에 더욱 빠르게 대응한다.

실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주지역 방어 어획량은 1천500t 내외였지만, 강원도 지역은 4천t을 웃돌고 있다.

제주에서 어획되는 아열대성 어종

제주에서 어획되는 아열대성 어종

[국립수산과학원 '2024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수온이 높아져 방어가 떠나는 제주 해역에는 대신 아열대성 어종이 자리를 잡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가 실제 지난해 제주 연안에 그물이 촘촘한 삼중자망을 설치해 어획 실태를 조사한 결과, 잡힌 물고기 10마리 중 3.8마리가 아열대성 어종이었다.

또 지난해 제주에서 출현이 확인된 전체 어종 가운데 48%가 아열대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5년간 제주 연안에 출현한 아열대성 어종 중 가장 많이 보인 어종은 개체수 기준으로는 독가시치, 황놀래기, 아홉동가리, 호박돔 순이었으며 생체량 기준으로는 호박돔, 가시복, 아홉동가리, 독가시치, 잿방어 순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 오키나와와 대만, 필리핀 등 아열대 바다를 중심으로 분포하는 표문쥐치와 날개쥐치, 비늘돔 등도 발견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 가운데 이미 활용되고 있거나 앞으로 활용할 수 있는 어종으로는 호박돔 아홉동가리, 독가시치, 금줄촉수, 잿방어 5종을 꼽았다.

호박돔, 아홉동가리 등 일부 아열대 어종은 이미 제주지역 수산물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푸어푸' 호박돔

'어푸어푸' 호박돔

(서귀포=연합뉴스) 2021년 10월 25일 제주 서귀포시 법환동 범섬 수중에서 아열대어종인 호박돔이 유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영하는 아홉동가리

유영하는 아홉동가리

(서귀포=연합뉴스) 2021년 10월 25일 제주 서귀포시 법환동 범섬 수중에서 아열대어종인 아홉동가리가 유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13일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소에서 만난 고준철 연구사는 "아열대성 어류 어획량이 느는 데다 먹을 만하기까지 해 2014년을 전후로 크기가 중간 개체급 되는 호박돔과 아홉동가리 등 일부 어종은 재래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아열대성 어류는 1㎏당 5천∼7천원에 거래되며 새로운 소득원이 됐다"며 "호박돔으로 미역국을 끓여 먹었는데 옥돔미역국과 비슷한 맛이 났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최근 발표한 '2024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서 제주 해역 수온 상승에 따라 아열대 어종의 출현 종수와 개체수, 생체량 모두가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앞으로 해양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제주 해역의 아열대화가 계속될 것으로 봤다.

보통 연간 평균 수온이 18도에서 20도 정도면 아열대 바다로 분류되는 데 제주는 연평균 19도 이상으로 아열대 수온 범위다.

생물 출현 관점에서 봤을 때도 아열대 생물 출연 종과 개체 수가 늘어 아열대화 됐다고 볼 수 있다.

고 연구사는 "기후가 변화하면서 토착종이 남아있더라도 그 개체수는 적어질 수 있다. 대신 새로운 어종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며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자원 변동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dragon.m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5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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