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천600억원 편성…장기간 동결에 재정 악화 대학들 고심할 듯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올해 4년제 대학 14%가 등록금을 올린 가운데 내년에는 더 많은 대학이 등록금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각 대학에 등록금 동결 수단으로 썼던 '국가장학금Ⅱ' 예산을 내년 예산안에서 늘리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가장학금Ⅱ은 2천600억 규모로 편성됐다.
올해 예산과 같은 규모다.
국가장학금Ⅱ는 등록금을 동결·인하하는 등 등록금 완화에 대한 대학의 노력을 평가해 지급하는 장학금이다.
교육부는 각 대학의 등록금 인상 한도를 법으로 정하고 있음에도 2012년부터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Ⅱ를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대학은 2009년부터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동결해오다가 2012년부터 등록금 동결이 사실상 강제가 됐다는 입장이다.
등록금을 올릴 경우 수억∼수십억원 규모의 국가장학금Ⅱ를 놓치는 대학들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등록금 동결 기간이 길어지면서 재정 악화를 호소하는 대학이 늘어나는 가운데 물가 상승세까지 가팔라지면서 대학 내의 이런 등록금 동결 분위기에는 점점 균열이 가는 모양새였다.
실제로 올해 4년제 대학 193개교 가운데 13.5%인 26개교가 등록금을 올렸다.
등록금 인상 대학 비율은 점점 확대돼 교육부가 국가장학금Ⅱ로 등록금 동결을 유도한 2012년 이래 올해가 최고였다. 직전 최고치는 작년(8.8%)이었다.
여기에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가팔랐던 점 역시 대학들의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법령상으로 각 대학의 등록금 인상 한도는 직전 3개년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 이내로 규정된다.
2010년대 후반만 해도 연도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대였다. 등록금 인상에 따른 대학의 이익이 그리 크지 않아 국가장학금Ⅱ를 포기하긴 어려웠던 조건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2년 5.1%로 뛰었고, 2023년에도 3.6%로 높아지면서 대학들의 인상 유혹은 커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확대돼 법정 인상 한도가 커지면 국가장학금Ⅱ를 포기하더라도 인상분으로 인한 이익이 더 커 대학들로선 인상을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올해에는 작년보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다소 진정됐으나 직전 3개년에 2022년, 202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영되는 터라 법정 인상 한도가 예년 수준보다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장학금Ⅱ 예산은 늘지 않아 대학들로선 고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등록금 인상과 국가장학금Ⅱ 지원 여부를 연결 짓는 규제를 폐지하고, 법정 인상 한도만이라도 등록금을 올려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여전히 고물가 시대 민생을 생각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장학금Ⅱ 예산이) 전년 대비 동결이긴 하나 그렇다고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는 입장은 전혀 아니다"라며 "(개인의 소득 수준과 연계한) 국가장학금Ⅰ 유형 예산이 늘어서, 그와 연계해 Ⅱ유형은 유지해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porqu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1 06:1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