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극한호우' 증가…물 확보 갈수록 어려워져
R&D로 해수담수화 사우디 추월 목표 …81곳에 '지하수저류댐' 설치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기후변화로 미래에는 '물 확보'가 극히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강수량이 줄어서는 아니다.
기상청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를 보면 금세기 후반 우리나라 평균 강수량은 현재(1328.1㎜)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어떤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적용하냐에 따라 증가율만 4~16% 범위에서 달라진다.
비가 더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물 확보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극한호우'로 비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금세기 후반 우리나라 강수일은 현재(110.9일)보다 10~14일 줄 전망이다.
비의 양은 늘어나는데 비가 내리는 날이 줄어든다는 것은 날이 오래 가물다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일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집중호우로 인한 물관리 어려움은 올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11일까지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1천20.5㎜로 평년(1991~2020년 평균) 같은 기간 강수량 93%다.
비가 적잖게 내렸지만,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가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는 8월 강수량이 평년의 30% 수준에 그치는 등 장마 후 비가 안 왔기 때문이다.
올 장마 때 평년 장마철보다 약 33% 많은 비가 왔지만, 장마철엔 홍수 대비를 위해 댐을 일정 부분 비워둬야 해서 장맛비를 다 받아둘 수 없었다.
환경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대체 수자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내년부터 5년간 국고 354억5천만원을 투입하고 95억5천만원의 민간투자를 확보해 세계 최고 수준의 해수담수화 기술을 확보한다.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해수담수화는 수자원 확보 면에서 '꿈의 기술'이지만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해수 1t을 담수로 바꾸는 데 드는 에너지는 3.6킬로와트시(kWh)로 일반적인 정수 과정에서 소요되는 에너지(1t당 0.3~0.6kWh)의 6~12배에 달한다.
환경부는 이번 연구개발(R&D)로 전처리와 역삼투 등 해수담수화 본 공정 에너지 소비량을 1㎡당 2.2kWh 이하로 낮추는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투입된 해수 대비 생산된 담수 비율인 생산수 회수율 측면에선 이를 80%까지 높이는 것을 기술개발 목표로 잡았다.
현재 최고 수준 기술은 세계 최대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운영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담수청(SWCC)이 확보하고 있다. SWCC의 담수화 본 공정 에너지 소비량은 1㎡당 2.27kWh이고 생산수 회수율은 최대 76% 정도다.
통상 해수 1t을 담수화할 때 1.8㎏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담수화 공정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면 당연히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든다.
환경부는 '고염도 농축수'에서 나트륨이온(Na+)과 리튬이온(Li+) 등 11종 이상의 고·저농도 용존 이온을 추출해 자원화하는 기술도 개발한다.
고염도 농축수는 해수담수화 확대에 걸림돌 중 하나다.
보통 바닷물보다 염도가 훨씬 높은 물이 풀리면 해양생태계가 파괴된다.
환경부는 하루 1천t 상당 고염도 농축수에서 이온을 추출하는 플랜트 실증 운영에도 도전한다. '농축수 자원화 플랜트'는 세계 최초다.
환경부는 2053년까지 매년 3곳씩 총 81곳에 지하수저류댐도 설치하고 지하수저류댐 위치 선정과 전(全) 주기 관리 기술을 고도화하는 R&D도 진행한다.
또 저수지나 폐쇄된 상수원의 수명을 지하수저류댐을 활용해 연장하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하수저류댐은 '땅속에 설치되는 물막이 벽'으로 지하수가 바다 등으로 흘러 나가는 것을 막아 물을 확보하는 시설이다. 섬과 내륙 산간 등 고질적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에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설치할 수 있고 환경에 비교적 덜 영향을 끼친다고 환경부는 설명한다.
환경부가 지하수저류댐 설치 가능지로 꼽은 섬과 내륙 81곳에 모두 댐이 설치되면 하루 약 76만t의 물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약 26만7천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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