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측, 알리바이 설명하며 조목조목 '반박'…검찰 "치정살인"
(영월=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20년 전 영월 농민회 간사 피살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20년 만에 법정에 선 A(59·당시 39)씨는 12일 첫 정식재판에서 범행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1부(재판장 이민형 지원장) 심리로 열린 살인 혐의 재판에서 A씨는 황토색 미결수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섰다. 20년 만에 구속돼 구금된 지 두 달여 만이다.
재판부는 인정신문을 통해 피고인의 성명, 연령, 주거, 직업 등을 물어 법정에 출석한 사람이 피고인임이 틀림없는지를 확인했다.
유력 용의자에서 20년 만에 피고인이 된 A씨 재판의 쟁점은 사건 발생 시각 A씨의 알리바이 진위와 '99.9% 일치한다'는 족적의 증거 능력 여부다.
공판 검사의 공소 요지 진술에 이어 변론에 나선 A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발하며 A씨의 결백을 주장했다.
A씨 변호인 측은 "자녀와 함께 한 가족 여행 중이던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범행 추정 시각에 A씨는 가족과 함께 미사리 계곡에 있었고 이동한 적이 없다"고 기존 알리바이를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미사리 계곡을 나와 범행 장소인 영농조합사무실까지 이동한 거리와 시간, 범행 후 다시 미사리 계곡으로 복귀해 가족들과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이 사건 수사 초기 용의선상에 올렸던 같은 농민회 소속 부부를 언급하며, 농민회 내부 갈등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수사 방향이 잘못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검찰은 A씨가 범행을 위해 미사리 계곡을 빠져나왔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A씨의 사촌 동생과 내연 관계 여성 C씨 등 11명을 증인 신청했고, 변호인은 이를 모두 부동의해 법정에서 증인신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족적의 증거 능력을 재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인을 증인으로 세울 계획이다.
A씨는 20년 전인 2004년 8월 9일 오후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모 영농조합법인 간사 B(당시 41세)씨의 목과 배 등을 십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20년 만에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 초기 용의선상에 올랐던 A씨는 사건 발생 시각에 영월 미사리 계곡에서 가족 등과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면서 알리바이를 댔고, 당일 촬영한 물놀이 사진을 제출해 용의선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A씨를 구속기소 한 검찰은 이 사건을 남녀 관계에 얽힌 치밀한 계획범행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시 30대 중반 여성 C씨와 교제 중이던 A씨는 C씨가 영농조합법인 간사인 피해자 B씨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범행을 계획하고 알리바이도 만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B씨 피살 장소에서 확보한 피 묻은 샌들 족적과 A씨의 샌들이 99.9% 일치한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한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의 10년여에 걸친 수사 결과를 송치받은 검찰은 3년 7개월간 보완 수사 끝에 지난 7월 A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A씨는 족적에 대한 감정 결과를 믿을 수 없고 피해자와는 일면식도 없으며, 피살 장소인 영농조합 사무실을 가보지도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0월 10일 오후 3시 30분에 열린다.
jle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2 13:5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