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차원서 도입한 '소득 역전 방지' 등 3가지 감액 제도 적용 영향
작년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 적용돼 감액된 사람 60만명 육박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정부가 기초연금을 월 4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올리더라도 모든 노인이 전액을 받을 수는 없다. 기초연금 시행 당시 형평성 차원에서 도입한 몇 가지 감액 장치 탓이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일 열린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우선 2026년에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등 저소득 노인부터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한 후 2027년에는 지원 대상을 전체로 확대하기로 심의, 확정했다.
기초연금 40만원 인상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9일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은 물론, 지난 8월 29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도 "기초연금 지급 수준을 임기 내 월 40만원을 목표로 올리겠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이렇게 기초연금 40만원 시대의 현실화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몇몇 감액 장치의 적용으로 상당수 노인은 일정액이 감액된 금액을 수령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신청주의를 따르기에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는데, 기초연금을 신청하면 정부는 국민연금과 예금 등 각종 소득과 재산을 조사해서 수급 자격이 있는지 따지고, 있다면 얼마를 줄지를 정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소득 역전 방지 감액, 부부 감액, 국민연금 가입 기간 연계 감액' 등 3가지 감액 잣대를 들이대 기초연금액 수준을 결정한다.
정부는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과 받지 못하는 노인, 또는 받는 노인들 사이에서 기초연금 수급으로 생길 수 있는 형평성과 공평성 문제를 해소하고자 이런 감액 장치들을 도입했다.
'소득 역전 방지 감액 제도'는 기초연금을 받는 사람이 받지 않는 사람보다 오히려 소득이 더 높아지는 일을 막고자 기초연금액의 일부를 깎는 것이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소득인정액(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산한 금액)이 정부가 매년 정하는 선정기준액 이하이면 받는다. 선정기준액은 65세 이상 노인 중 기초연금 수급자 규모가 70% 수준이 되게 설정한 기준금액으로, 노인의 소득·재산 수준, 생활 실태, 물가 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산정한다.
하지만 기초연금 선정 기준선을 경계로 수급자와 탈락자 사이에 소득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심지어 소득수준 70% 이하여서 기초연금을 받는 수급자가 소득수준 70% 초과로 아예 기초연금을 못 받는 탈락자보다 소득수준이 더 높아지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이렇게 소득이 역전되는 일을 막고자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에 가까운 수급자의 기초연금액을 깎아서 지급한다.
정부는 또 부부가 함께 기초연금을 받으면 부부 감액을 적용해 각각 20%를 삭감해서 지급한다.
부부 가구의 생활비가 노인 단독가구보다 2배에 달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1998년 7월 기초연금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경로연금 때부터 도입한 장치다.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 감액 제도'는 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액을 깎는 것으로, 전체 연금 수혜 측면에서 공평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의 150%(1.5배) 이상 국민연금을 받으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기초연금액이 감액된다.
올해의 경우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월 33만4천814원)의 1.5배인 월 50만2천원 이상의 국민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이 깎인다. 일반적으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1년 이하면 기초연금 전액을 받지만, 가입 기간이 12년을 넘으면 1년씩 길어질수록 기초연금액이 약 1만원씩 줄어든다.
이렇게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의 적용을 받아 기초연금을 삭감당한 수급자는 2020년 42만1천713명, 2021년 38만9천325명, 2022년 48만2천479명에 이어 지난해 59만1천456명으로 60만명에 육박했다.
기초연금은 기존의 기초노령연금을 확대 개편해 2014년 7월부터 도입됐다.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세금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노후 소득 보장제도이다.
애초 지급액은 월 최대 20만원이었지만, 2018년 9월부터 월 25만원으로 오르는 등 단계적으로 계속 불어나 2021년부터는 월 최대 30만원을 주고 있다.
특히 기초연금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조금씩 오르는데, 올해는 1인당 최대 월 33만4천814원(단독가구 기준 최고 금액)을 받을 수 있다. 보험료를 한 푼 내지 않아도 자격조건만 갖추면 받을 수 있어 노인 만족도가 높다.
sh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6 06: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