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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느라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한데모여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로 회포를 푼다. 격무에 시달리던 직장인들은 따닥따닥 붙어있는 달력의 빨간 날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대체 휴일 제도가 본격 시행된 2010년대 이후에는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이들도 늘었다.
한가위는 이렇게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그리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고난의 시기를 겪고 있는 대다수 소상공인들은 후자에 속한다.
실제 모든 지표들은 최악을 가리킨다. 8월 소상공인 전망 경기동향(BSI)은 56.6까지 떨어졌다. 어느덧 4개월 연속 하락이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대신 갚아준 소상공인 대출 빚은 상반기에만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티몬·위메프발 대규모 미정산 사태는 활활 타오르는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이들의 이름값을 믿고 한 푼이라도 더 벌고자 입점을 택했던 소상공인들은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을 위기에 처했다. "왜 정부가 세금을 털어 대출을 해주느냐"는 말이 나올 때면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이런 분위기 속 추석 특수를 논하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노력의 흔적은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최근 발표한 '추석 민생 안정 대책'에는 9월 한 달 간 온누리상품권 구매 한도를 200만원으로 늘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통시장 소비 촉진을 위한 조치다. 이밖에 전통시장 상인들이 성수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점포 당 최대 1000만원, 총 50억원을 지원하고, 소상공인 전기료 지원 기준을 연매출 6000만원 이하에서 1억400만원 미만으로 상향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중소기업·소상공인 제품 소비 촉진 행사인 '9월 동행축제(8월28일~9월28일)'도 마침 막을 올렸다. 정부・지자체 운영 공공쇼핑몰은 물론 주요 민간 온라인 쇼핑몰 등 총 70여 곳과 T·라이브커머스가 할인쿠폰 발행 등으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현재 소상공인 시장은 그야말로 암흑천지다. 코로나19로 바닥을 친 뒤 간신히 반등하는 듯 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벼랑 끝으로 몰린 모양새다. 혹자는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한다.
설계가 그럴싸하더라도 수혜자가 체감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결실을 맺기 위해선 정교한 정책 실행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이번에는 불발탄이 아닌 반등의 불쏘시개가 되길 바란다. 그래야만 인상을 펴고 추석을 맞이하는 소상공인들이 조금이라도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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