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영향권, 개인투자자 14만~15만명 전체 1%, 국내 주식의 53% 예상
"시장 상황에 맞는 세율 결정 등 대안 마련 위한 논의 필요"
[※ 편집자 주 =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습니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투세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폐지 추진 결정을 내리면서 새 세제를 둘러싼 논쟁이 연일 격화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우리 경제의 중요한 선택이 될 금투세 도입 이슈와 관련해 추석 연휴 기간(15∼18일) 기획 기사 4건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의 최대 쟁점은 새 세제가 우리 증시에 얼마나 충격을 줄지다. 이를 둘러싼 찬반 양측의 전망은 정반대다.
도입의 타이밍을 두고도 현재가 적기인지, 무리수인지 의견이 엇갈린다.
업계 일각에서는 양측 주장을 절충하기 위해 금투세의 세율을 점진적으로 탄력 적용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 안팎에서는 금투세 과세 대상(국내 상장주식 기준)을 전체 개인투자자의 1%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최근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받은 '지난해 말 기준 상장주식 소유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금투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5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는 2023년 말 기준 약 14만명이다. 이는 전체 개인투자자(약 1천407명)의 1%에 해당한다.
국내 주식 평균 수익률을 10%로 가정했을 때 금투세 기본공제인 5천만원의 10배인 5억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하면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금액으로 약 401조2천500억원 규모로 전체(약 755조4천400억원)의 53.1%에 달한다.
정부 추산도 비슷하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금투세 과세 대상 인원을 약 15만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2008~2018년 주요 증권사의 주식 거래 내역을 분석해 5천만원보다 많은 수익을 낸 투자자 수를 추정한 것이다.
◇ "과세 대상 1%뿐" vs "자금 대거 이탈 가능성"
금투세 찬성 측은 '과세 대상자 수'에 주안점을 두는 반면, 반대 측은 '과세 대상자가 보유한 주식 금액'과 '투자 심리'에 주목한다.
찬성 측은 과세 대상자가 1% 안팎으로 극히 일부에 불과해 대다수 투자자는 영향이 없고 시장 충격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금투세가 도입 시 국내에서 해외로 자금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해외 주식 양도차익 기본공제는 250만원뿐이라 해외 시장으로 갈 유인이 매우 적다"고 말했다.
또한 "과세 대상 중 경영상의 이유로 주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큰손들도 있을 텐데, 세금 때문에 이들이 보유한 자금 전체가 빠져나갈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됐다"고 밝혔다.
반면 반대 측은 과세 대상자가 보유한 주식 금액이 시장 전체의 절반이 넘는 만큼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연말이면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한 주식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들은 소수이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니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건데, 금투세 도입이 되면 상황이 나빠질 것은 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국내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지 않아도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한국 증시에 대한 기대가 매우 낮다는 증거"라며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세금을 물린다고 하면 투자 심리는 더 위축되고, 증시에 대한 기대는 더 작아져 자금이 부동산 등으로 유출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 "금융시장 선진화 출발점" vs "밸류업 정책에 역행"
금투세를 지금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금은 (국내) 주식 투자를 해서 번 돈을 조세당국이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그래서 차명 계좌를 여러 개 이용해 주가를 조작하기가 매우 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투세가 도입되면 본인 명의로 된 투자에 대한 소득은 기록이 남고, 어떤 경우에는 과세도 돼서 차명 거래를 막을 수 있다"며 "이런 게 없어지는 게 금융시장이 선진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금투세 도입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다름없다"며 "국내 자본시장이 성장하고, 투자자들이 이를 체감할 수 있을 때 도입 논의를 시작했더라면 저항이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투세를 폐지한다고 해서 증시가 바로 오르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하지만 투자 심리가 중요한 주식 시장에서는 증시 하방 재료를 하나씩 줄여나가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시장 상황 대응 위한 탄력세율 도입 논의 필요"
시장에서는 과거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도입 사례를 참고해 양측의 주장을 고루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득세법은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양도차익에 대한 기본세율을 20%로 정하고 있다. 다만 자본시장 육성 등을 위해 필요할 경우 대통령령으로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정부는 2016년 파생상품 양도세를 도입할 당시 탄력세율을 5%로 정했고, 2018년 4월 이후에는 10%로 올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세금이 도입되면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며 "이에 정부가 상황에 맞게 정책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는 금투세 찬성 측 주장과 시장 충격이 우려된다는 금투세 반대 측 입장을 모두 고려하면 금투세도 이렇게 탄력세율로 운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력세율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상위 법인 소득세법에 근거 조항이 있어야 한다. 다만 내년 시행 예정인 개정 소득세법에는 이러한 내용이 없어 별도의 입법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ori@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6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