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금융투자상품간 '손익통산' 의의…손실 봐도 과세하는 현행 세제 개선
'사모펀드 감세'라지만…국내 주식형 사모펀드는 '펀드런' 우려로 울상
[※ 편집자 주 =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습니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투세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폐지 추진 결정을 내리면서 새 세제를 둘러싼 논쟁이 연일 격화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우리 경제의 중요한 선택이 될 금투세 도입 이슈와 관련해 15∼18일 사이 기획 기사 4건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에 대한 반발이 격화한 데는 금투세가 사모펀드 가입자 등 일부 고액 자산가에 특혜를 준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실제로 배당소득으로 분류되는 펀드 환매 이익이 금투세 시행 이후엔 금융투자소득으로 변경되면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 일부는 세율이 절반가량 낮아지게 된다.
그러나 신규 세제 도입으로 투자자들 간 유불리가 갈리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데다, '뒤죽박죽'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현행 자본시장 과세체계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 손실 봐도 과세하는 현행 뒤죽박죽 세제…"투자소득에만 세금 걷어야"
금투세 입법 논의는 일관성 없는 현행 자본시장 과세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다.
그 중 대표적인 문제점은 여러 개의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합산해주는 '손익통산'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에서 해외 주식 펀드의 매매 차익은 모두 배당소득으로 과세되는데, 미국 펀드에서 300만원 손실이 나고 인도 펀드에서 200만원 수익이 난 경우, 전체적으로는 100만원 손실인데도 200만원에 대해 15.4%(지방소득세 포함)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과세에 일관된 원칙이 없기 때문에 심지어 본질이 같은 투자라도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투자자가 최종적으로 손에 쥐는 금액이 달라지기도 한다.
예컨대 개인이 채권을 직접 사고팔아 얻는 매매차익은 비과세하지만, 펀드를 통해서 채권에 투자하면 매매차익을 배당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긴다.
최근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급격히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미국 상장 ETF 'QQQ'와 국내 상장 ETF '미국나스닥100'의 경우, 'QQQ'에 투자하면 다른 해외 주식 및 ETF 등과 손익을 합치고 남은 금액(기본공제 250만원)에 대해서만 양도세 22%를 내지만, '미국나스닥100'에 돈을 넣은 투자자는 다른 금융투자상품에서의 손실 발생 여부와 관계 없이 무조건 매매차익에 대해 15.4% 세금을 내야 한다. 만약 '미국나스닥100' ETF 매매 차익이 2천만원을 넘어선다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다른 소득과 합쳐 최고세율 49.5%를 적용받을 수도 있다.
금투세는 이같이 금융투자상품마다 소득을 분리해 세금을 매기는 것이 불합리하기 때문에 인(人)별 손익을 합산하고 남은 순이익에만 과세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펀드가 대중화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날로 복잡해지는 금융투자상품 구조와 급속도로 성장하는 시장 규모 등을 고려하면 더 이상 세제상 불합리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게 금투세의 정책 의도다.
아울러 개인투자자만을 과세 대상으로 하는 이유는 금투세 자체가 개인이 납부하는 소득세의 일종인 데다, 법인은 이미 법인세를 내고 있는 점, 외국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델 조세조약에 따라 본국에서 과세하는 점 등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서학개미'들이 해외주식 양도세를 미국 정부에 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수익 원천이 동일함에도 과세 체계가 다른 것은 장기적으로 바로잡는 게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 개인투자자들 '고액자산가 특혜' 반발…"법 취지 따져봐야" 지적도
개인투자자들이 반발하는 지점은 금투세 도입으로 일부 고액 자산가들의 펀드 환매·매매(양도) 이익에 부과하는 세율이 크게 낮아진다는 것이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펀드 환매·양도 이익은 금융투자소득으로 과세되고, 금액에 따라 22∼27.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펀드의 환매·양도 이익은 배당소득으로 과세되는데, 배당소득은 금융소득종합과세 합산 대상이다. 배당을 비롯해 연간 2천만원을 초과한 금융소득이 발생하면 최고세율은 49.5%에 달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대부분 금융자산이 많은 부유층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고세율 기준 펀드 환매·양도 이익에 매기는 세금이 현재 49.5%에서 금투세 시행 이후 27.5%로 크게 낮아지기 때문에 특혜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아울러 최소 투자액이 3억원 이상인 사모펀드는 주로 부유층이 투자한다는 점을 부각해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감세'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금투세는 기본적으로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에 맞도록 새롭게 도입되는 세제인데, 시행될 경우 일부는 세율이 낮아져 혜택을 보는 '모순'이 있는 셈이다. 이것이 금투세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행 과세체계가 '땜질식'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어서 금투세 자체를 아예 폐지하자는 여론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투세 입법 과정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펀드 간 손익통산을 위해 환매 이익을 배당소득에서 금융투자소득으로 변경한 정책 의도는 거의 언급되지 않은 채 '사모펀드 감세' 프레임이 금투세 논의를 뒤덮었다"며 "실질적인 펀드 과세 방식은 공모펀드와 사모펀드가 똑같기 때문에 특정 형태의 펀드에만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사모펀드 감세'라지만…국내 주식형 사모펀드는 '울상'
금투세 시행으로 사모펀드가 특혜를 누릴 것이란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지만, 정작 국내 주식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존폐 위기로 내몰리게 됐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이는 금투세가 원천을 따지지 않고 펀드 분배금을 배당소득으로 일원화해 발생하는 문제다. 펀드 환매로 얻은 이익이 아닌, 펀드를 보유한 상태에서 투자자가 받는 분배금은 상장 주식 매매차익으로 발생한 금융투자소득이라도 배당소득으로 일원화해 과세한다.
펀드 분배금의 배당소득 과세 일원화는 공모·사모펀드 모두 적용되는 것이지만, 유독 사모펀드업계가 격렬히 반대하는 이유는 사모펀드 운용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과보수 시스템과 연관이 있다.
통상 국내 주식형 사모펀드 운용사는 고객으로부터 펀드 운용에 따른 성과보수를 수취하는데, 성과보수는 고객에게 이익을 확정해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 운용사는 환매 전이라도 연 1∼2회 펀드를 결산해 고객에게 분배금을 주는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해왔다.
그러나 금투세가 시행되면 비과세였던 상장 주식 매매차익을 원천으로 한 분배금에 세금(배당소득세)이 매겨지는 데다가, 금융소득이 많은 사모펀드 투자자 특성상 세율이 최고 49.5%까지 올라가 버려 고객들이 대거 이탈하는 '펀드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역시 분배금이 배당소득으로 잡히지만, 상장 주식 매매차익을 분배하지 않고 환매 시기가 올 때까지 유보하는 방식으로 과세를 미룰 수 있어 사모펀드보다 반발이 덜한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식형 사모펀드 투자자들 역시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투자 방식이 사모펀드일 뿐이지 이들이 떠나가는 것도 국내 증시 자금 이탈에 가깝다"며 "그럼에도 '사모펀드 감세' 프레임 때문에 이들의 문제를 다루는 목소리가 없고 제도를 보완하거나 개선하자는 논의도 실종돼 버렸다"고 짚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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