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파푸아뉴기니·동티모르·싱가포르
[바티칸=AP/뉴시스]프란치스코 교황이 2일~13일 아태 지역 4개국을 순방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31일 바티칸에서 성베드로 성전 앞에 선 모습. 2024.09.02.
1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2일부터 13일 인도네시아와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 4개국을 잇달아 방문한다. 비행기로 3만2814㎞ 거리를 이동한다.
2일 이탈리아 로마를 출발해 3∼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6∼9일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 9∼11일 동티모르 딜리, 11∼13일 싱가포르를 방문한 뒤 바티칸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것은 그의 44번 해외 방문을 뛰어 넘는 것이며, 이동 일수와 거리 측면에서 역대 교황 순방 중 가장 긴 기록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특히 고령에 건강상 문제가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으로선 고된 여정일 수 있다. 그는 12월 88세가 되며, 젊은 시절 호흡기 감염으로 폐의 일부를 잃었고 가장 최근 해외 방문 계획이었던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참석을 의사의 권고로 취소한 바 있다.
이번 순방은 2020년 계획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기했던 것이다. 교황은 의사와 간호사 2명으로 구성된 의료팀을 대동하고 현지에서 일반적인 건강 예방 조치를 취한다. 이번엔 추기경, 주교, 경호원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바티칸 대표단에 개인 비서까지 함께 한다.
AP통신은 이번 순방은 재위 25년간 4곳을 모두 방문했던 요한 바오로 2세의 여정을 떠올린다고 상기했다. 1989년에 방문했던 동티모르가 당시 인도네시아 점령지였던 점이 다르다.
AP통신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의 발자취를 되돌아봄으로써, 아시아가 가톨릭 교회에 있어 세례 신자와 종교적 소명 측면에서 성장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한다"면서 "또한 교황은 종교 간 및 문화 간 대화, 환경 보호, 경제 발전의 영적 요소 등 교황으로서의 핵심적인 우선순위 중 일부를 구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퀘벡=AP/뉴시스]프란치스코 교황이 2022년 7월28일(현지시각) 캐나다 방문 중 저녁 기도회를 주재하기 위해 퀘벡 노트르담 드 퀘벡 대성당에 도착하면서 휠체어를 탄 한 여성을 어루만지며 인사하고 있다. 2024.09.02.
▲인도네시아
첫 방문지는 인도네시아다. 4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만나고, 성모승천대성당에서 연설한다.
5일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이슬람 사원인 이스티클랄 모스크와 가톨릭 대성당을 지하로 연결하는 길이 28.3m '우정의 터널'을 둘러본다. 나사루딘 우마르 대이맘(이슬람 성직자)와 함께 방문한 뒤 6개 종교 모임에 참석해 종교 간 화합 내용을 담은 공동 선언문에 서명할 예정이다.
또한 자카르타 경기장에서 8만여명이 참석하는 미사에서 강론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이 살고 있는 국가다. 또 헌법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이슬람, 불교, 유교, 힌두교, 개신교, 가톨릭 등 6개 종교를 공식 인정하고 있다. 인구 2억8000만여명 중 87.4%가 무슬림이며, 가톨릭은 전체 인구의 3.1%다.
▲파푸아뉴기니
두 번쨰 파푸아뉴기니는 오세아니아에 위치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나라다. 영연방 일원이자 입헌군주제 국가다. 인구 1000만여 명에, 토착어만 840개로 세계에서 언어가 가장 다양한 나라로 간주된다. 인구의 약 70%가 기독교, 26%가 가톨릭이다.
교황은 뉴기니 본섬 북부 해안 마을인 바니모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모국 아르헨티나 출신 선교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교황은 해수면 상승과 갈수록 심해지는 폭염과 태풍 등 문제를 언급하며 기후변화 위협에 대해 발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티모르
포르투갈과 인도네시아 지배를 받았던 동티모르는 2002년 독립국가가 됐다. 독립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빈곤과 부패에 시달리고 있다.
교황은 동티모르에서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가 미사를 했던 해변 산책로에서 미사을 집전할 예정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인도네시아의 잔혹한 점령에 대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기여했었다. 일각에선 당시를 동티모르 독립의 중요한 날로 평가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성년자 성추행 스캔들로 교황청 징계를 받은 카를로스 벨로 주교에 대해 언급할 지도 주목된다. 벨로 주교는 동티모르 독립을 위해 비폭력 저항운동을 펼쳐 199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인물이지만, 소년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2020년 교황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동티모르는 인구 150만여 명 중 97.6%가 가톨릭 신자다.
▲싱가포르
교황은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가장 종교적으로 다양한 나라, 싱가포르를 찾는다. 이 곳의 주요 일정 중 하나는 가톨릭 주니어 칼리지에서 청소년 500명과 함께 하는 종교 간 만남이다.
싱가포르 인구는 600만여 명이다. 4분의 3이 중국계다. 교황청이 1200만 가톨릭 신도가 있는 중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싱가포르 방문은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교황은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인들은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신실함을 잃지 않는 신실한 민족"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바티칸은 중국이 스훙전 멜키오르 신부를 중국 톈진교구 주교로 공식 인정한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바티칸은 "교황청과 중국 정부 간 수년에 걸쳐 이뤄진 대화의 긍정적인 결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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