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서 컴퓨터 공학 전공…각종 콩쿠르 입상하면서 본격 음악 활동
"논리적·분석적 사고로 음악 해석"…11월 롯데콘서트홀서 내한 공연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제게 음악과 과학은 다르지 않아요. 제 음악적 영감은 일상에서의 호기심과 과학적인 탐구에서 비롯됩니다."
오는 11월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일본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29)는 도쿄대 공대와 공과대학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석사 출신 공학도다. 음악과 과학을 접목한 '사운드 엔지니어링'과 'AI(인공지능)를 통한 사운드 구현'이 대학과 대학원 시절 주요 연구 분야였다.
바쁜 공학도의 삶을 살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내려놓지 않았던 스미노 하야토는 2019년 프랑스 리옹 국제 콩쿠르 3위에 오르며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공 공부와 음악을 병행했던 그는 2021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비전공자 출신 피아니스트로서는 처음으로 준결승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공연을 90여일 앞둔 3일 서면으로 만난 스미노 하야토는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면서 쌓은 논리적 사고와 분석적 접근 방식은 음악을 이해하고 연주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공학도 출신 피아니스트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스미노 하야토는 음악과 과학이 서로를 보완하며 전반적인 예술적 감각을 더 풍부하게 해준다는 자신만의 철학도 밝혔다. 그는 "음악의 구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깊은 음악적 해석이 가능하게 됐다"면서 "반대로 피아노 연습에서 얻은 집중력과 창의성이 전공 분야 연구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음악과 과학에 대한 스미노 하야토의 색다른 견해는 그의 공연에서 잘 드러난다. 이진법을 활용해 작품번호를 소개한 지난해 7월 내한 공연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공연에서 스미노 하야토는 천장에 매달려 피아노 위까지 내려온 조명 4개를 활용해 연주 중인 작품의 번호를 관객에게 알렸다.
그는 "이진법을 활용한 작품번호 소개는 대학에서 전공했던 컴퓨터 공학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면서 "음악과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주 떠오른다"고 말했다.
최근엔 AI를 활용한 음악 활동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스미노 하야토는 음악가들도 AI의 등장을 자신들과 상관없는 사건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학원에서 오디오 신호 처리와 자동 음악 채보를 연구하면서 AI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AI라는 도구를 활용해 이전에는 들어본 적 없는 음악을 만드는 움직임이 반드시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독자 135만명에 누적 조회수가 1억8천만이 넘는 유튜브 채널 '카틴'(cateen)의 운영자인 스미노 하야토는 자유로운 음악적 실험으로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대중 음악가로서 면모도 갖췄다.
그의 공연이 항상 전통 클래식 음악과 현대 음악의 조화로 이뤄진 것도 보다 많은 팬과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스미노 하야토는 모차르트와 바흐, 드뷔시, 라벨의 음악들 사이에 자신이 직접 작곡한 곡들을 끼워 넣었다.
스미노 하야토는 "거장들의 음악을 통해 클래식의 전통을 느끼는 동시에 제가 작곡한 곡을 통해 현대적인 감성과 실험적인 요소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시대적 배경과 음악적 스타일의 차이점을 감상하면서 공통된 음악적 언어를 발견하는 것이 이번 공연의 감상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hyu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3 16:5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