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312개 태풍 분석…온도 차 따른 수증기 유입 때문
일반 해역 대비 강도·강수량 증가…이상기후 대응체계 활용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올해 역대급 더위로 우리나라 연안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해수 온도가 급격히 높아진 가운데 고수온이 태풍에 미치는 영향이 학술적으로 규명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지난 38년간 발생한 312개의 태풍을 분석한 결과 비슷한 강도의 태풍이라도 고수온 해역을 지나면서 급강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자매지인 '지구·환경 커뮤니케이션즈'(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KIOST 연구팀 분석 결과에 따르면 태풍이 고수온 해역을 지날 때 가열된 바닷물과 대기 사이 온도 차로 인해 바닷물이 대기 중으로 수증기를 활발하게 공급하는 '수분 불균형' 현상이 강하게 발생한다.
이에 따라서 대기 아래층에 형성된 태풍의 중심에 많은 양의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강한 비구름 떼가 발생하고, 많은 강수를 동반한 저기압성 소용돌이가 기존 태풍의 순환을 강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일반 해역에서는 '수분 불균형' 현상이 크게 발생하지 않아 바다 표면에서 대기 하층으로의 수증기 유입량이 고수온 해역보다 적어 비구름 떼도 약하게 나타났다.
KIOST 해양위성센터 박명숙 박사팀은 대표적인 태풍 발생 해역인 북서태평양과 대서양의 해수면 온도 자료와 마이크로파 위성 강수 자료 등을 활용해 지난 38년간(1982~2019) 고수온 해역을 지나는 128개 태풍과 일반 해역을 지나는 184개의 태풍을 비교·분석했다.
연구 결과 태풍이 일반 해역을 지날 때 평균 최대 강도가 78.80노트이지만, 고수온 해역을 지날 때는 평균 최대 강도가 106.72노트로 약 35% 더 강해진다.
강수량도 일반 해역을 지날 때와 비교해 고수온 해역을 지날 때 약 1.5∼2.5 배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중국 등에 큰 피해를 준 태풍 탈림(Talim)은 북서태평양의 고수온 해역(30도 이상)을 지나면서 태풍 최대 강도가 40노트에서 120노트로 강화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고수온과 특정 시기에 발생한 단일 태풍과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연구는 있었지만, 이번 연구처럼 장기간 발생하는 수백 개의 태풍을 대상으로 고수온과의 직접적인 영향을 규명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이희승 KIOST 원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고수온과 태풍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며 "향후 기후변화와 이상 기상 현상을 예측하고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josep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10 11: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