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전자 폐기물 재활용 제련소 사업 백지화
"일방적 통보로 한국 기업 전체 신뢰도 하락 우려"
일각에선 "영풍과 경영권 분쟁 때문에 취소" 주장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고려아연이 미국 조지아주 정부와 약속한 전자 폐기물 재활용(리사이클링) 제련소 건설 사업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투자 여력을 잃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전체 한국 기업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0일 업계와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 이그니오홀딩스(이하 이그니오)는 지난해 돌연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추진하던 전자 폐기물 재활용 제련소 투자 계획을 폐기했다. 지난 2021년 10월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 약 2년 만에 약속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당시 이그니오는 약 8500만 달러(약 1133억원)를 투자해 2023년까지 연산 9만톤 규모의 제련소를 지을 예정이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까지 직접 나서 이그니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22년 고려아연이 이그니오를 인수한 이후 투자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같은 해 10월 제련소 부지가 기존 씨포인트 산업 터미널 단지에서 채텀 매뉴팩처링 센터로 바뀌었으며, 완공 시점도 2023년에서 2025년도 늦춰졌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2월까지도 국내외 언론에 미국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제련소 건설 계획을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4개월 뒤 돌연 서배너경제개발청(SEDA)에 제련소 건설 계획 철회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투자 계획을 백지화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 주 정부를 상대로 약속한 투자 계획을 별다른 설명 없이 철회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투자 계획 취소 후 1년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관련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다.
특히 조지아주는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기업이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곳이다. 한미 경제 협력의 주요 거점 중 하나다. 고려아연의 투자 계획 철회가 한국 기업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각에선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 계획 철회가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투자 계획 철회 시점인 지난해 6월은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미래 사업으로 낙점한 리사이클링 사업 계획을 취소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금을 쏟아붓다 보니 정작 중요한 사업에 쓸 돈은 모자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그니오를 인수하기 전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조지아주 사업은 하지 않기로 한 건"이라며 "이그니오의 계획은 전자 폐기물을 재활용하기에 앞서 농축하는 과정의 중간단계 공장으로 세우려던 것으로, 고려아연에는 필요가 없고 탄소 배출까지 많아 취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은 유보금이 2조원 넘게 있는 회사로 자금이 부족해 사업을 취소했다는 얘기는 말이 안 된다"며 "경영권과도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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