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일 만에 경남 양식어류 12%가량 고수온 폐사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올여름 우리나라 전역이 역대급 폭염을 겪었지만, 바다 역시 고수온으로 심한 몸살을 앓는다.
전국 최대 해상가두리 양식장 밀집지 경남도가 고수온 피해 직격탄을 맞았다.
매년 여름철 경남 양식어민을 괴롭혔던 적조는 최근 4년(2020∼2023년) 사이 피해가 없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5일 적조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주의' 단계로 낮추고 적조 비상대책반을 종합상황실로 전환하는 등 올해도 적조가 잠잠하다.
그러나 고수온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경남도는 지난 5일 기준 올여름 경남 남해안 양식어패류 고수온 폐사량이 어류 2천641만8천마리, 전복 9만마리, 멍게 2천686줄에 이른다고 8일 밝혔다.
50일 넘게 고수온 특보가 이어지며 역대 최대 피해가 났던 지난해(1천466만마리 폐사·207억원 피해) 규모를 곱절로 넘어섰다.
경남도가 지난 5월 말 기준 집계한 경남 양식장 어류 입식량은 2억2천700만마리다.
지난달 16일께 첫 고수온 피해가 발생한 후 불과 20여일 사이에 경남 양식어류 12%가 고수온으로 대량 폐사한 셈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바다 표층 수온이 25도가 되면 고수온 예비특보를, 28도까지 오르면 주의보를, 28도가 넘으면 경보를 발령한다.
경남 남해안 전역은 지난달 16일부터 고수온 경보가 유지 중이다.
송진영 경남도 수산정책과장은 "지난달 13일께 경남 연안에서 냉수대가 소멸한 직후, 빠르게 바닷물 온도가 올라 뜨거워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8월 하순을 기점으로 육지 무더위는 한풀 꺾였다.
경남도는 그러나 9월에도 경남 남해안 표층 수온이 27∼28도를 유지할 정도로 뜨거워 양식어패류 폐사가 당분간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경남 연안 고수온 특보는 7월 26일 첫 발령(고수온 예비주의보) 후 56일 만인 9월 20일 전면 해제됐다.
송진영 과장은 "대규모 폐사는 더 없겠지만, 고수온에 대미지(손상)를 입은 고기가 더 죽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토 살포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는 적조와 마찬가지로 수산 당국, 양식어민들은 고수온에 속수무책이다.
강한 햇빛, 폭염에 바닷물이 쉽사리 달궈지는 표층이나 얕은 수심에서 물고기를 가둬 키우는 해상 가두리 양식 특성상 고수온이 발생하면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고수온 영향이 적은 저층(수심 7∼8m) 바닷물을 표층으로 끌어올리는 해수펌프, 양식어류 면역증강제 등이 그나마 대책이지만, 큰 효과가 없는 실정이라고 어민들은 입을 모았다.
경남도는 고수온 대책으로 저층해상가두리 양식을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저층해상가두리는 그물을 바다 수심 10m 아래로 내려 고기를 키우는 양식법으로 해상가두리보다 고수온 영향을 덜 받는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들고 양식장 관리도 해상가두리보다 까다롭다.
경남도는 장기적으로 잿방어, 벤자리 등 고수온에 강한 어류 양식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seama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4/09/08 09:55 송고